정신병원 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나는 고문당할까 몹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화학물질로 내 두뇌에 장난치는 일입니다.
…나는 지금 오랜 화학요법을 받아야한다는 결정을 통고 받았습니다. 여러분 안녕!』
지난 71년「레닌그라드」의 어느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첼니쇼프」는 이런 호소문을 몰래 세계에 유포시켰다.
「첼니쇼프」는 그후 5분간의 심사를 받았다.
『무엇 때문에 나를 치료하겠다는 것입니까? 나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이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읍니다.』「첼니쇼프」가 반문했다.
의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어떻게 생각한들, 우리로선 조금도 흥미를 갖지 않고 있다는 사설을 아직도 모르고 있느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네가 전혀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다」
「첼니쇼프」에게 강제로 먹인 화학약품은 아마도 「아미나진」아니면 「할로페리돌」이었으리라고 추측되고 있다.
전자는 「X레이」를 찍을 때 먹는 횟가루와 같은 조형제이다. 후자는 자율신경안정제로 가끔 쓰인다.
모두 장기 복용하면 사고기능을 파괴시킨다. 「모스크바」에서 나온 어느 지하신문은 반정부분자라해서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그리고레비치」장군과 병원당국자와의 「인터뷰」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문=『「그리고레비치」, 당신의 신조는 무엇인가?』
답=『신조란 장갑과 같지는 앉아서 손쉽게 바꾸어질 수는 없다.』그가 종이와 「펜」을 달라고 요청하자 당국자는 『뭣 때문에 「펜」이 필요한가? 너는 사고를 하며 그것을 적어 나가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당신의 경우에는 반대징후인 것이다.』
이렇게 말한 후에 병원당국자는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환자의 불 건강 상태로 미루어 치료의 계속이 요망됨.』
소련이 반정부분자를 정신병원에 넣는 일은 퍽 오래된 일이다. 대단히 편리한 탄압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선 재판의 완전한 비밀을 보장하게 되며, 피고로 하여금 법정에서 자기변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그 안에서 마음대로 화학요법에 의하여 정상인을 비정상자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사하로프」는 너무나도 유명하기 때문에 공개 리에 분쇄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수많은 무명의 비판자들은 침묵 속에서, 시골에서, 오지에서 탄압되고 있다.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지방정신병원에 보내져 그 속에서 신음하다 사라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
이렇게 「솔제니친」은 말했다. 정말 무서운 세계가 여기 있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솔제니친」은 있고, 「사하로프」는 있다. 거기에는 그래도 한 가닥 빛은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