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그 유래와 민속놀이|추수를 앞둔 즐거움과 풍년을 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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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1일은 한민족의 애환이 서린 명절추석. 음력으로 8월15일 한가위이다. 한해동안 땀흘려 지은 농사의 수학을 앞두고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운데 그를 기원하고 감사하는 날이다. 그래서 이 날은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에 다례를 올리고 선산을 참배하며 햇곡으로 음식을 장만해 이웃과 나누며 화 락 한다.
이조의 봉건사회에 있어서 처신이 부자유한『병졸·노비·거지 등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산소에 성묘하는 것이 이날뿐』이라고 했거니와 일제의 말살정책도 이 전통적 습속을 단절시킬 수는 없었다. 근년에 한때 추석공휴일을 폐지한 적도 있으나 전래의 민속적인 전래의식이요, 잔치를 제지할 수는 없었다.
한가위는 고래로 우리나라와 같은 농경사회에서 계절과 생산이 가장 싱그럽고 풍성한 중추 가 절. 곡식은 무르익어 들만을 덮고 있는데 아직 추수는 일러 잠시 일손을 쉬는 고비다. 선들바람이 일어 일기도 청명하게 마련이려니와 달도 가장 밝다. 그래서 농가에선『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하소서』하고 기원해 왔으며 이 즐거움과 기원이 갖가지 민속놀이 속에 표현돼 있다.
일찍이 신라에서는 길쌈을 하며 춤과 노래로 가배(가위)놀이를 했다.
오늘날까지 전승돼 오는 경북지방의「놋다리밟기」나 호남의「강강수월래」는 부녀자를 중심으로 한 놀이이다.「가마싸움놀이」나「거북놀이」「소 놀이」등은 청소년의 놀이. 또 장정들은 씨름으로 힘내기도 하고 온 마을이 농악을 울려 흥을 돋운다.
이들 놀이 속에는 이민족의 희노애락이 서려 있다. 자연에 의존해 생활하는 가운데 그 위협을 극복하고 또 긴 세월 동안 역사의 갖가지 사연을 거기 담고 있다. 뿐 아니라 이런 고래의 풍속에 민속의 줄기찬 생명력이 배어 있음을 묵과할 수 없다.
조상을 받들고 이웃과 화락 함이 바로 이런 명절행사를 통하여 고양되는 까닭이다. 그것은 뿌리깊은 힘과 긍지요, 바꿔 말하면 민족번영에 바탕을 이루는 협화와 단합의 원동력이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근대화·문명화에의 발돋움 때문에 전래의 풍습과 명절마저 고루하고 폐기돼야 할 악폐처럼 그릇 생각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하지만 오늘의 문명이 도를 더해 갈수록 인망은 메말라 가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마음의 고향을 앗아가게 되며 그럴수록 그에 대한 애착이 짙어 질밖에 없다.
자칫 오늘 한국의 과도기적현장에서 추석을 소홀히 여기는 이들이 적잖은데 그런 생각이야말로 민중의 저번에 깔려 있는 생명력과 인정을 저버리는 것이 된다.
이점 민속학자 임동권 박사는 추석을 민족적 명절의「심벌」로 삼아 국가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외래적인「크리스마스」나 석가탄일보다도 오히려 순수하고 거족적인 명절을 키운다는 것은 곧 민속의 기개와 긍지를 양성하는 지름길이 된다는 견해이다.
고향을 찾고 선 영을 참배하도록 휴일과 교통편의를 연장하고 또 씨름대회와 기타 민속놀이를 베풀도록 지원하는 등.
최근의 새마을운동에서는 마을 비치의 농악 기 마저 없애 버린 예가 있다고 들린다. 여름내 일에 지치고 긴장된 사람들…특히 농촌에서 농한기를 이용한 하루 이틀의 이 민속놀이는 뭉친 피로를 풀고 다시 심신을 가다듬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그 전통 속에 올바른 정서를 기를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보다 더 요긴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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