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은닉한 총기의 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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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리무중에 빠져 있는 구로공단 강도사건에 이어 16세 소년이 살인「택시」강도를 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한창 뒤놀 나이인데도 추석용돈 1천8백원을 마련하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경과를 생각한다면 누구나 서글픔을 금치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 일 것이다.
구로공단 사건과 이정수씨 피랍사건 등은 어른들의 계획적인 범죄였었는데 이번 사건은 소년의 일시적인 충동에 의한 범죄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 소년이 쓴 흉기는 과도였는데 구로공단 사건과 은행고객피랍사건에서 사용된 흉기는「카빈」이었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로공단 사건 뒤에「카빈」이「택시」안에 유기 되는 가 하면 다른 총기의 불법은닉이 예상외로 많은 사실이 드러나 으시시 소름을 끼치게 한다.
경찰집계에 의하면 72년 한해동안에 2만9천3백96건의 불법총기 및 탄약이 색출 또는 신고되었었다. 그 중에는 기관단총·경기관총까지 나왔으며 일부 무기는 휴대를 위해 변형되기까지 하여 범죄도용 화 될 가능성이 많음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총기의 은닉·수장·거래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서울특별시장 또는 도지사의 허가를 얻어야만 소장할 수 있는 것이다. 허가 없이 이를 소지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소지자들이 이것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경찰은 해마다 자진신고기간을 설정하여 불법소지자의 자진신고기관 받고 있으며 단속에도 나서고 있으나 단속으로는 별 신통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총기는 대부분이 6·25전쟁 중에 취득한 것이거나 군이나 경찰에서 도난 당한 것임이 틀림없다.
휴전 후 20년이 된 지금까지 자진 신고 때마다 불법무기신고가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볼 때 아직도 상당수의 총포·화약이 불법소지 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불법소지 무기단속도 사실상 어려울 것이 예상된다. 은닉무기를 색출하기 위하여서는 가택수사 등을 하여야 할 것인데 이에는 영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기 은닉의 충분한 영장발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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