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2014년 글로벌 경제의 네 가지 화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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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호 20면

‘올해 금융시장은 어떨 것 같아요?’ 연초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매년 듣지만 언제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금융시장이란 게 워낙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와 연구소가 수퍼컴퓨터까지 돌려가며 전망을 해도 번번이 빗나가는 건 그만큼 현실이 변화무쌍하다는 방증이다. 이럴 땐 기본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금융은 실물 경제를 반영한다. 올해 금융시장이 어떨지 가늠해보자면 글로벌 경제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게 우선이란 얘기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2014년 글로벌 경제의 화두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미국에 이어 유럽 경기도 회복할 수 있을까? 2010년 5월 그리스 구제금융 신청을 기점으로 유럽 재정위기는 줄곧 글로벌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아 왔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금융시장은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그런데 2012년 9월 유럽중앙은행(ECB)이 무한대 국채매입 프로그램(OMT, 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을 도입하면서 반전의 발판이 마련됐다. ECB가 구원투수로 나서자 유럽에서 달아나기 바빴던 투자자들도 발걸음을 되돌렸다. 그 덕에 지난해 유럽 경기는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경기선행지수는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회복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강력한 신호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 물 국채금리도 4.1%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MSCI 유럽지수는 2013년 초 대비 20%나 상승했다.

올해 유럽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로 3년 만에 처음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주택가격도 회복세다. 가계 소비심리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수출입 경기도 동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유럽의 수출과 수입은 각각 0.3%와 1.6%로 201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동반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입이 활발하다는 건 그만큼 경제에 활력이 돌고 있다는 신호다. ECB의 저금리 기조 유지, 경제지표의 기저 효과, 소비·투자·수출입 3박자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걸 감안하면 올해 유럽 경기 회복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러스트 강일구

둘째 출구전략 착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 회복세는 유지될까? 지난해를 놓고 보면 단연 돋보인 건 미국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미국 주택시장은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도 지난해 22%나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가 오르면서 가계의 순자산 규모도 74조8000억 달러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넘어섰다. 부동산 가격 회복도 가계 자산과 소비 경기 회복에 군불을 땠다. 기업 투자 사이클을 보면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우선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미국 기업은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소비 회복은 기업 매출 신장으로 이어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의 2014년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10%로 2013년(8.5%)보다도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다 기업의 산업생산과 가동률도 개선되고 있다. 2분기 후 설비투자 규모를 가늠케 해주는 ISM제조업지수도 상승세다. 지난해 탄탄한 실적으로 현금을 잔뜩 쟁여놓은 미국 기업이 설비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경기회복 속도는 빨라진다.

셋째, 중국의 경제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면의 한계로 이 이슈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결론만 요약한다면 성장률은 소폭 하락할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성장동력을 재정비하는 쪽으로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7.4%로 주춤할 가능성이 크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가 더 이상 악재가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넷째, 금리는 오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12월 3차 양적완화(QE3) 축소를 단행했다. Fed가 시중에서 사들이는 채권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미국 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5월 1.6%에서 최근 2.9%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경기 개선도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저금리 시대가 종언을 고한다면 자산 선택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 경기 사이클, 시중금리, 주가는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경기 상승 국면엔 자금 수요가 증가해 금리와 주가는 동반 상승한다(채권 가격 하락). 따라서 금리상승은 채권에서 주식으로 돈이 움직이는 포트폴리오 변화의 ‘트리거(Trigger)’가 된다. 미국 내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의 자금흐름을 보면 2013년 11월까지 주식형 펀드로는 1580억 달러가 순유입된 반면 채권형 펀드에서는 -595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결론적으로 유럽 경기 회복, 미국 투자 사이클 개선, 중국의 소비 중심 경제체질 변화는 한국·대만 등 수출주도 국가의 투자매력을 높이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 사이클 개선과 금리 상승을 감안한다면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 채권보다는 주식시장의 투자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경기회복 속도는 느릴 가능성이 커 주가 상승폭은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비중 확대는 올해도 유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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