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의와 기술의 부족 한결같은 원초적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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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동역 유조 열차 탈선사고는 기관사의 가수 상태 때문에 생긴 운전부주의로 밝혀져 또 한번 원초적인 사고로 큰 참사를 빚었다. 열차사고는 최근 너무 잦게 일어났다. 사고 유형도 한결같이 원초적이라는데 문제점을 내었다. 기관사의 과로, 기술적 자질의 저하는 운전부주의사고의 요소를 안았다.
철도청 집계로는 올 들어 각종 열차사고 등 7월말 현재 5백여 건, 이중 열차 탈선사고는 80여건에 이르고있다(72년 사고=1천4백57건).

<헤비급 전복만 4건>
특히 올해 열차사고 가운데 「헤비」급에 속하는 탈선 전복사고는 지난 7월5일의 중앙선 양평 사고를 비롯, 모두 4건이 발생했고 충돌사고는 지난7윌7일의 경부선 초성역 구내 충돌사고 등 2건. 이밖에 선로파손 등 2∼3종에 속하는 작은 사고는 하루2∼4건씩, 많을 때는 천여 건씩 일어나고 있다.
사고가 난 영동역은 야간을 이용, 황간∼영동간 상행선 선로보수작업을 하고 있어 하행선 만 단선 운행 중이었다.
따라서 상행열차는 영동역으로 들어서면 속도를 줄여 「간다」「포인트」를 이용, 하행선으로 선로를 바꾸어 운행하던 것을 다시 상행선으로 선로를 옮겨가도록 되어있었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30량 이상의 무거운 화차를 연결 운행하는 열차는 역전방 5백m 부근에서부터 시속 20∼30km로 서행토록 되어있다.

<"깜빡 졸다가 그만">
그런데도 기관사 차무룡씨(45)는 『과로로 깜빡 조는 틈에 시속 80km로 그대로 달렸다』 는 것이다.
철도청 운행내규로는 기관사는 출발역에서 운전대에 오르기 전에 반드시 조역에게 「출무신고」를 하도록 되어있다.
출무신고 때는 기관사가 운행구간의 ▲제한속도 지역과 ▲새로 가설된 수의표시 ▲선로 작업구간 등을 사전에 제시받고 이를 확인했다는 표시로 서명을 하도록 되어있다. 사고를 낸 차기관사도 이날 출발역인 대구 역에서 출무신고 때 영동역구내에서 선로 보수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 출발했다는 것이다. 또 영동 역 전방에 주의표시등이 켜져 있음도 주지시켰다는 것이다.

<출무신고도 허사>
이러한 주의에도 불구, 사고를 빚은 것은 기관사의 과로와 근무태세가 해이했다는 점등으로 집약되고있다.
철도청 산하 기관사는 모두 1천8백45명. 기관차는5백86대(「디젤」 3백36, 증기 60, 동차 1백53, 전기 37).
기관차1대에 3명의 기관사가 붙어있는 셈. 외국의 경우 기관차 1대당 기관사가 평균 5명인 점에 비춰 훨씬 부족 되고 있다. 사고기관사 차무룡 씨의 경우 9일부터 계속 야간근무로 과로상태에 빠져있었다.
기관사는 철도고교 운전사 출신과 철도고교 전수부 수료자 및 기관조사 채용시험에 합격한 기관고사 가운데 5년 이상의 경력자가 기관사시험과 적성검사 (A, B, C, D, E 등 5등급)에 합격해야만 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해마다 배출되는 기관사도 한정되어 있어 충원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관사 부족과 업무량 과다로 과로를 면치 못하며 특히 여름철에는 졸음이 심해 지치기 일쑤라는 것이다.

<수당 타려 과중근무>
또 기관사들이 수당을 받으려고 시간외 근무를 무리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영동 역 사고에서 또 다른 문제는 유조화차 안전운행. 유조 열차 전복 사고는 이번이 네 번째. 그러나 전복사고에 대비한 대책은 무방비 상태로서 철도청 당국자는 『유조차의 보안은 별도로 하지 않고 있으며 유조차에 갖춰져 있는 자체방화 시설과 충격 방지시설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프랑스) 야간열차에 가수방지기를 달아 기관사가 운전중 방지기 손잡이를 50초 동안 잡았다가 8초 동안 놓은 동작을 하도록 돼 동작시간이 정확하지 못할 경우 「부저」가 자동적으로 울리게 되어있다.

<4번째 유조차 사고>
이번 사고는 건국이래 4번째로 일어난 유조차 탈선 전복 사고로 유조차 사고로는 가장 큰 피해를 냈다.
지금까지의 유조차 사고는 다음과 같다.
▲69년6월30일 중앙선 임포∼영천사이에서 유조화차 9량 탈선 ▲72년6월25일 조치원 역구내서 유조화차 2량 탈선 ▲72년5월19일 중앙선 아화∼임포 사이에서 유조화차 1량 전복 <이원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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