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워터케이트」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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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은 국가적인 규모에서 민주주의를 실험하고 성공한 최초의 나라이다. 「토크빌」이란 「프랑스」의 석학은 그 불후의 명저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에서 「앙샹·레짐」(구제도·신분제사회를 가리킨다)과의 기연, Frontier의 존재가 보장해주는 인간의 자유와 평등의 무한한 가능성,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는 엄격한 삼권분립제의 채택, 모든 사람에게 잘 살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풍부한 천연자원등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아름답게 개화시킨 요인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민주주의의 뿌리 박고>
서부로 서부로 향해 달리는 육상의 「프런티어」가 태평양연안에 도달, 이제부터는「프런티어」가 존재치 않는다고 미국의 국세조사처가 발표한것은 정히 1900년이다. 그러나 그후에도 미국의 민주주의는 유리한 사회조건·자연조건을 활용하여 계속 발전, 요지부동하게 뿌리를 박았다.
우리나라 신문독자도 주지하고있는바 최근 몇달동안 미국의 정계는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뒤끓고 있다. 문제의 도청장소인 「워터게이트」는 점차로 「워싱턴」의 명소로 등장해가고있다.
미국의 대통령 가운데는 재직중 악당에 둘러싸여 「포커」놀이에 열중하다가 일대 추문을 남겨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하딩」을 비롯, 도덕적으로 결백치 못하고 악전을 모았다는 이유로 규탄을 받은 자가 몇사람 있다. 그러나 이번「워터게이트」사건은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부정한 수단을 썼다하여 금전상의 부정문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권위회북 결정적계기>
「닉슨」대통령이 과연 이 사건에 직접 관련했는가, 현재로서는 누구도 사정을 못 내린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설령 「닉슨」대통령이 그 정적들의 주장대로 이 사건에 깊숙이 관련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탄핵을 받아 임기만료전에 대통령자리를 물러나지는 않을것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닉슨」대통령해임이「애그뉴」부통령으로 하여금 잔여임기를 계승케 할뿐더러 다음번 선거에서 승리를 얻게하리라는점을 잘 알고 있다. 공권을하되 그 자리에 앉혀둔채 못살게 굴겠다는 것이 정적들의 의도. 분명히 「더티·게임」이다.
미국정치사상 하나의 커다란 오점을 남긴 「워터게이트」사건은 그 자체로서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철저히 소추함으로써 의회의 권능을 되찾아보겠다는데「아메리카·데모클라시」의 「바이털리티」가 있는 것이다. 사실이지 미국의 의회정치는 한국전쟁이 일어났을때부터 선전포고동의권을 비롯, 몇몇 중요한 권한을 행사치 못하게 되어 권능과 권위를 많이 잃었던 것이다.

<정부의 존재 필요악시>
냉전시대가 끝난 오늘의 미국정치상황에서 의회는 마땅히 냉전시대이전에 행사했던 권능과 권위를 되찾아야하고 「워터게이트」사건은 의회의 권위회복운동에 있어서 하나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줄것이라고 내가 만난 학자·「저널리스트」·국회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비록 「워터게이트」사건이 일으킨 정치적 파문은 크다하지만 이로 말미암아 미국사회가크게 흥분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사건에 적극 관심을 갖고 그 추이를 날카로이 주목하고 있는 자는 소수의「폴리족」(폴리틱<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국한된다. 국민의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논폴리족」은 별로 관심도 없고 흥분도 안한다. 인간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지배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지도자 개인의 잘못이나 비행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워터게이트」사건을 들추어낸 「워싱턴·포스트」지가 신이 나서 이 사건을 연일 대서특필로 보도하고 있는데 반해 「뉴요크·타임스」지가 소극적인 보도자세를 취하고 있음은 단순히 동업자간의 경쟁심·시기심의 소치로만 볼수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대저 미국은 정부의 존재를 필요악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나라이다. 때문에 정부의 권한 확대에 동의하는데 국민은 항상 인색했다.

<정부를 공익단체로 봐>
이러한 정신적전통이 오늘의 미국민으로 하여금 정부를 회사-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받고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여 공공사업을 관장하고 국가의 대외관계를 처리하는 특수한 임무를 띠고있는 회사로 관념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정부를 보기를 하나의 공익단체나 사기업조직처럼 알고 있는 나라에서는 「워터게이트」사건이 자아내는 정쟁을 한 회사에 있어서의 사장과 일부 중역진간의 싸움정도이상의 비중을 못갖는다. 그러면서도 미국민은 계속 자유와 복지,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해 나갈수 있다. 대중민주주의가 벌써부터 성립되어 있는 사회이지만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이 그들 자신에게 별로 해를 주지 않는 소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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