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년대계 조림-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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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뉴요크」시의 중심부「맨해턴」에서 「허드슨」강을 넘어 「뉴저지」로 건너 가는「조지·워싱턴」대교는 내년이면 준공 1백주년을 기념하게 되어있다. 1백년전에 그처럼 웅장한 다리를 놓을수 있었다는 것부터가 하나의 경이에 속하는데, 교통운이 폭주해지자 대교의 원형을 그냥 보존한채 일치교를 만들어 「맨해턴」은 육로로 들어오는 최대의 관문이 되어있다.

<백년전의 웅장한 다리>
「맨해턴」은 수백년전 백인이「인디언」추장에게 불과 23불을 주고 사들였다는 「에피소드」가 있는 바위섬. 이 바위 섬 위에 세계최대의 도시가 건설되리라고는 개척시대의 사람들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백인들은 평탄한 바위섬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최대한으로살려 바둑판의 선과 같이 가로를 정연하게 만들어놓고 고층건물을 임립시켜놓았다. 지상이 교통난에 빠지자 지하철을 종횡으로 수십개선을 개통하여 주민이 불편을 느끼지 않게끔 만들어 놓았다. 「맨해턴」을 남북으로 통하는 대로를 10개, 동서로 통하는 대로를 1백90개 만들어놓고 그 대로변에다 고층건물을 소유주의 취미에 맞게 세워 나간 도시이다.
주의할 것은 도시계획을 하는데 처음부터 노폭을 넓게 잡아놓았기 때문에 인구가 발족당시에 비해 몇백배로 늘어난 오늘에 있어서도 기본노선을 변경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또 가로가 바둑판 줄처럼 잘 구획되어 있는데다가 건물의 번지표시가 명확하기 때문에 낮선방문자도 일정한 장소를 찾는데 별로 곤란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뉴요크」시내에는 준공후 백년이 넘는 건물이 많다. 그러나 역사적인 유물이나 고적으로 지정된 것을 제외하고서는 그 모두의 내부시설을 현대화하여 계속 사용하고 있다.
「조지·워싱턴」대교며 「맨해턴」의 도시건설은 미국사람들이 백년지대계가 아니라, 몇수백년지대계위에서 자연을 개척하고 문명사회를 세워나가고있다는 산 증거이다. 우리는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많이 쓰지만 백년지대계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십수년 혹은 수십년이 못가서 망가지고 뜯어고쳐야 할 경우를 너무도 많이 경험했다. 한번 세워놓은 계획이 실제로 백년이상 지속하는 미국의 도시계획, 국토계획은 우리에게는 천년지대계로 관념되어야 할것이다.
도시의 넓이에 있어서 세계최대라고 하는「로스앤젤레스」시(도시면적이 경기도보다도 넓다)의 터가 백년전만해도 막막한 사막이었음을 알고 있는 한인은 거의 없다. 사계절을 통해 기후가 쾌적하고 온대·열대의 수목이 울창한 이 아름다운 도시는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샘플」이다.

<로스앤젤레스의 교훈>
19세기말부터 「셀라·네바다」산맥에 괴어있는 돌을 끌어내려다가 사막을 옥토로 만들어놓고, 초목을 심고 잘 가꾸어 사람이 편하게 살수있는 자연환경부터 조성해놓고 그 속에다가 현대적인 대도시를 원대한 계획에 따라서 세워놓은 것이다. 「할리우드」나「비바리·힐」UCLA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학)를 방문하면 수목이 너무도 울창하게 자라있기 때문에 태고로부터 내려오는 원시림을 개척한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상전이 벽해로 변한다는 고사가 있지만「로스앤젤레스」는 인력으로 사막을 수해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는 공인된 도박과 유흥환락의 도시로 유명하다. 사문의 한 모통이에 자리잡고 있는 이 도시가 세계적인 도박장으로 등장한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관광객·유흥객을 유치하여「네바다」주정부의 재정수입을 증가시키기 위함이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주민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거주면적이 넓어져 사막이 옥토로 변할 가능성이 커지기때문임을 간과치 말아야 한다. 나는 「라스베이거스」일대가 울창한 수림으로 변할 날도 멀지않으리라 생각하였다.

<라스베이거스의 변모>
나라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것은 바로 나무를 많이 심고 잘 가꾸어 크게 자라게 하는 것이다. 『조림의 바로 조국』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곧이 들리지 않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을 다녀보면 그것이 진리임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풍부한 자연자원, 비옥한 토양, 넓은 국토-미국은 분명히 하느님으로부터 축복받은 나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조건이 좋다하더라도 인위적으로 이를 개선하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결국 국토는 황폐의 비운을 면치 못한다. 미국과 미국민이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을 잘 보전해 나가는 한편 고도로 발달한 현대, 과학기술을 구사하여 버린 땅을 쓸수있는 땅으로 바꾸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점 우리로서 반드시 본받을 필요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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