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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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비교적 우리 나라사람들은 중국이나 일본사람들에 비해 차(다)를 즐겨 마시지 않는 편이다. 워낙 자연수가 좋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으며 숭늉이 이를 대신하기 대문이라고, 또는 술과 담배가 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하여 흔히 우리 나라에는 고유의 다가 없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다는 원래 인도원산의 식물로서 그 떡잎을 따서 달여 먹는 풍습이 남방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중국 당나라 때에 크게 성행하였는데 우리 나라에 전래되기는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었다. 그러나 차들 직접 재배하여 즐기기는 신라 42대 흥덕왕 3년 태렴이란 사람이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차의 종자를 얻어다 지리산에 심기 시작하고부터 이었다.
이로부터 우리 나라의 차는 주로 지리산을 중심으로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재배되었고 지금도 이곳에는 야생종 차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정다산은 경남 하동군 쌍계사에 있는 차나무가 그 당시 파종된 것이라고 쓰고있다.
우리 나라 차의 성원은 불교문화와 때를 같이 한다. 신라·고려시대엔 절을 중심으로 넓게 재배되다가 이조에 들어와 점점 쇠퇴하여 재배가 소홀해졌다. 차는 신라시대 주로 왕가와 절에서 마시기 시작하여 관·민 모두가 절을 중심으로 즐겨왔으나 고려 때는 이것이 일부 특권계급의 기호품으로 애용되는 한편 모든 예식에서 차를 사용했다.
차는 특히 외국 사신 접대에도 꼭 끓여 냈는데 고려시대에는 궁중에서 진 차의 의식을 맡는 다방이라는 벼슬까지 있었다.
고려시대 차의 성행은 도자기 발달과 함께 훌륭한 가구를 많이 구워내어 이것이 뒷날 일본에(일본에 차가 들어가기는 우리 나라보다 3백60여년 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고려시대 차 그릇을 붉은 색 보자기로 덮었던 풍습이 전해져 현재 일본의 다도에서 붉은 보자기를 쓰게된 것일 거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차를 마시는 풍습은 이조에 오면서 점점 사라졌다.
임진왜란 때 왔던 중국 명장 양호가 선조 대왕에게 『조선에도 호차가 있는데 왜 채취하여 마시고 팔지 않는가』고 안타까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서산대사나 정약용과 같이 선승이나 학자들 사이에선 차를 많이 즐겼다. 특히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서 산차를 재배하면서 자신의 호를 다산이라 했을 정도였다.
우리 나라에서 많이 생산되어온 차로서는 작설차와 전차가 있다. 작설차는 지리산에 산재하는 것으로 싹이 날 때 그 모양이 참새 혓바닥과 같다는 의미로, 그리고 전차는 차 잎을 쪄서 둥그렇게 빚어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줄에 꿰어 말리는 것으로 이 모양이 염전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차를 끓이는 기본요령은 『물을 끓이되 차를 끓이지 않는다』(전수불전다)는 것이다. 한 쪽에 물을 끓여두고 다른 자기에 차를 넣고 그 위에 끓는 물을 부어 맛을 내는 것이다.
차의 맛은 쓴맛·떪은 맛·단맛 등의 조화와 향기에서 찾는다. 또 그것으로 품종을 가린다.
차의 향기에 대해 홍사악 교수(서울 의대)는 『차의 향기는 그 성분이 꽃의 향기나 과일의 향기 같은 것이 모여 조화를 이룬 것이며 그 향유 성분이 30∼33종이 있다』고 말한다. 즉 차가 갖고 있는 30여종의 향기 중에서 어떤 향기가 강한가에 따라 그 차의 독특한 향기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향기는 산지의 기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 나라 녹차는 특히 광주 무등산 일대에서 많이 재배되는데 일제 때부터 유명한 「시즈오까」차의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하여 오히려 일본으로 가서 상품 차의 원료가 되었다.
녹차는 차 잎을 볶아서 비벼 가지고 건조시킨 것이며 홍차는 신선한 생차엽을 그대로 발효시킨 것이다.
차에서 신선하게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C는 연차에 훨씬 많이 함유돼 있다.
신선한 녹차를 하루 다섯 잔 마시면 「비타민」C 25mg을 섭취하는 셈이 되어 하루 필요량의 반을 채울 수 있다고 하나 차를 마심으로써 우리 몸에 미치는 작용은 무엇보다 차 잎에 있는 「카페인」의 영향으로 흥분작용을 일으켜 정신이 맑아지고 지적 노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하여 특히 여름철 더위 속에서는 오히려 뜨거운 차가 더위를 쫓으며 동맥경화증이나 소화불량에도 효과가 좋은 음식으로 꼽히고 있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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