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 사병이 카빈 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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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9일 상오 5시20분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1가 103 이회진씨(35·대림통상 생산과장) 집에서 육군 모부대 수송대 소속 탈영병 이재수 일병(20)이 변심한 애인 이모양(18)이 세 들었던 집을 찾아 1시간30분 동안「카빈」실탄 60여발을 난사하고 수류탄 2발을 터뜨렸다.
이 사고로 이씨와 맏딸 신호양(5), 2층에 세든 고창호씨(26)의 맏딸 영임양(3), 총소리를 듣고 뛰어나온 이웃 이청웅씨(31·양평동1가83), 행인 김재명씨(26·양평동5가16) 등 5명이 죽고 고씨와 부인 손홍일씨(26), 행인 구철회군(17·양평동1가44), 김광식씨(42·양평동1가53) 등 4명이 중상을 입었다.
난동을 부린 이 일병은 이날 상오 6시55분쯤 고씨 집 방안에서 수류탄 1발을 터뜨려 폭사했다.
이 일병은 이날 상오 5시쯤 「카빈」1정(총기번호3162318), 실탄 2백여발, 수류탄 2발 등을 훔쳐 군복 차림으로 무단탈영, 이씨 집 대문의 초인종을 눌렀다.
식모 오원화양(17)이 대문을 열어 주자 이 일병은 『조사할 일이 있다』면서 마루에 올라섰다. 뒤 따라나간 부인 신씨가 『신발을 벗어라』고하자 총을 겨누면서『모두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이때 아래층 안방에서 잠자던 이씨가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내다보자 이 일병은 이씨에게 1발을 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이때 2층에 세든 고씨는 2층 「베란다」를 통해 이웃집 지붕 위로 피했으나, 『너도 죽어보겠느냐』는 고함과 함께 오른쪽 허벅다리에 총 1발을 맞고 3m아래 마당으로 뛰어내렸다.
고씨는 상오 5시28분 50m쯤 떨어진 양평파출소까지 엉금엉금 기어가 처음으로 신고했다.
고씨의 부인 손씨는 딸 영임양을 이불에 싸안고 남편 뒤를 따라 나가다가 이 일병이 쏜 총에 딸과 함께 맞은 뒤 마당으로 뛰어 내렸다.
이 일병은 총을 난사하다가 상오 5시40분쯤 이웃 박민출씨(40) 집 「슬래브」지붕에 수류탄 1발을 던져 터뜨린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 방안에서 피를 흘리며 꿈틀거리던 이씨에게 또 1발을 쏘아 줄였다. 이 일병은 방안에서 총을 마구 쏘아 벽에 벌집을 만든 뒤 상오 6시55분쯤 2층 고씨 방에서 수류탄 1발을 터뜨려 자살했다.
경찰에 다르면 이 일병은 이날 변심한 애인 이모양(18)을 찾아갔다는 것.
이양은 6개월 전부터 새로운 애인과 사귀면서 이 일병을 피해왔고 2개월 전에 영등포구 신정동으로 이사했으나 이 사실을 모르는 이 일병이 이날 이양을 찾아가 난동을 부렸다는 것.
이 난동이 계속되는 동안 이씨의 처제 신진순양(26)은 2층 옥상 굴뚝 뒤에 숨어 화를 피했고 식모 오양은 지하실에 숨었다가 상오 8시40분쯤 경찰에 의해 구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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