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율 30% 룰' … 26% 넘어서자 노조원들 흔들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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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30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철도노조 파업 중단에 따른 입장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여야 정치권과 철도노조 지도부는 파업 철회를 합의했다. [강정현 기자]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민주노총에 재진입한 27일부터 조짐이 심상찮았다. 조합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27일 오전 8시만 해도 복귀율은 13.3%에 그쳤다. 정부와 코레일이 장기파업에 따른 부담을 조금씩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대화 불가론을 고수하던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전날 조계사를 찾고, 경영진은 노조 지도부와 밤샘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최 사장은 협상이 결렬되자 곧바로 ‘최종 복귀명령’을 내렸다. 시한은 27일 밤 12시까지였다.

 이때부터였다. 각 지역본부에는 복귀 희망자가 시간당 10~20명에 이르렀다. 업무복귀명령 하루 만인 28일 복귀율은 23.2%로 수직 상승했다. 코레일은 두 시간에 한 번씩 업무복귀현황을 발표했다. 다음날(29일) 오후 10시가 되자 26.4%(2320명)로 치솟았다.

 뒤이어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반발 움직임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와 코레일에 대한 반감 기류만 감지되던 조합원의 움직임에 극적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코레일 본사와 대전경찰청에도 이런 정보가 속속 올라왔다. “원래 임금 올리는 것 아니었나? 그런데 민영화를 들고 나와 정부가 더 강경해진 것 아니냐”는 반응부터 “정부의 이런 기조라면 모두 해고되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까지 다양했다. 이른바 ‘파업 피로도’가 급상승한 것이다. 이번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한 코레일 직원은 “파업을 하고 있는 동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민영화 반대 주장을 하다보면 임금이라도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가진 직원이 꽤 있었다”며 “그런데 회사가 ‘임금이나 자회사 설립 모두 양보하지 못한다’고 선언한 상태에서 파업 상황만 계속 길어지다 보니 많이 지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년퇴임을 앞둔 조합원의 걱정은 더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징계를 받은 상태에서 정년퇴임을 하게 되면 정상 퇴임 때보다 퇴직금 수령액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역대 파업 양상으로 미뤄 업무 복귀율이 30%를 넘으면 노조가 스스로 파업을 철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0%가 변곡점이란 얘기다. 복귀하는 사람이 적을 때는 복귀자가 파업 참가자들로부터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철도 조합원 대부분이 철도고나 철도대학(현 교통대학) 출신이란 학연으로 똘똘 뭉친 특유의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코레일이 조합원의 복귀를 종용하면서 ‘왕따 방지 프로그램’을 마련해 가동한 이유다. 하지만 세 명 중 한 명꼴로 복귀하면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파업의 목적 자체가 불법이라는 외부 평가가 우세한 파업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내부에서 반성하는 생각을 가지는 참가자가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다. 철도파업은 박근혜정부 들어 공기업 개혁을 둘러싼 첫 충돌이다. 향후 공기업 개혁의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7600여 명 직위해제 ▶77억7300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경찰의 민주노총 진입과 주동자 체포 ▶수서발 KTX 면허 전격 발급과 같은 초강수를 잇따라 뒀다. 노동계도 총파업 투쟁으로 맞섰다. 이런 치킨게임은 결국 정부의 승리로 봉합됐다. 공공부문 개혁은 탄력을 받게 됐다.

글=최선욱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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