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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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느 감각적인 시인은 『상쾌한 비누 냄새 속에서 여름을 잊는다』고 노래한 일이 있었다. 그 비누가 시장에서 귀해졌다는 소식은 무더운 장마철을 더욱 끈적하게 만든다.
우리 나라 주부들이 즐겨 사용하는 비누는 천연의 지방산을 원료로 한 것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는 쇠기름 (우지) 파동은 어느새 우리 집안의 빨래까지도 얼룩지게 하고 있다.
근년에 비누 대용품으로 합성세제가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다. 합성세제는 『유지의 지방산 「알칼리」염 (비누) 』을 제외한 세탁제를 말한다. 이것은 석유계 탄화수소 등을 원료로하여 오로지 화학적 합성 방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석유 화학 공업이 발전하면서 그 부산품인 합성세제도 덩달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합성세제에는 「알칼리」성과 중성이 있다. 면이나 「비닐론」은 산·「알칼리」에 강하므로 「알칼리」성 세제를 쓴다. 그러나 털 (모)이나 명주류 등 동물성 섬유는 단백질로 되어 있어서 「알칼리」성엔 침해되기 쉽다. 그런 세탁물은 중성세제를 써야한다.
요즘 주부들이 장갑을 끼고 빨래를 하는 모습을 때때로 본다. 이것은 합성세제를 쓰기 때문이다. 탈지성이 강해서 손이 거칠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합성세제의 부작용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공해의 공범으로 「클로스업」되고 있다.
구미에선 지난 50년대부터 강이나 개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품이 떠다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더구나 하수구에서 생긴 이 이상한 거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거품은 수면에서의 산소 유통을 막아 수분 속의 유기물을 분해시키는데 커다란 장애가 되었다. 물고기가 호흡이 막혀 죽고, 또 수초들도 시들어 물은 날로 더러워졌다.
후에 과학자들은 그 문제의 거품들이 합성세제의 산물임을 알아냈다. 따라서 영국은 이미 20년 전부터 합성세제를 「소프트 (연성)」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독일·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소프트」계는 호기성 「박테리아」를 넣으면 얼른 분해되고 만다. 물은 그 분해와 함께 청정을 유지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합성세제는 「하드」(경성)계여서 그 분해엔 상당한 문제들이 없지 않다. 더구나 하수구 시설이 보잘 것 없어서 이런 문제를 화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더 멀다. 세탁물은 깨끗할지 모르지만 먹는 물은 그로 인해 더러워진다. 웃지 못할 이율 배반의 현실이다.
모든 생활 습속이 자연적 합리주의에 뿌리를 펴고 있는 나라에서 그런 「밸런스」가 하나, 둘씩 깨어지면 그 부작용도 크다. 「과학적 합리주의」는 우리에겐 어딘지 낯설고 새로운 도전이다. 턱없이 『비누 대신 합성 세제를!』이라는 상업적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는 것은 상당한 「도그머」와 무리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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