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이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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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늘은 초복. 며칠째 계속되는 무더위가 고개를 숙일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린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우리 몸의 체온조절중추가 고장이 나거나 장기들이 기진맥진해져 자칫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 무더위를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가 쾌적하게 느끼는 온도는 섭씨 20도 안팎. 신진대사 결과 생기는 몸 안의 열을 방산 하고 피부의 세포가 호흡하기에 알 맞는 온도이므로 쾌적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처럼 수은주가 섭씨 30도 이상 치솟게 되면 열 방산이 제대로 안되고 피부의 세포들이 질식하기 때문에 더위를 느끼게 된다. 이때 땀을 흘리는 것은 더위를 이기려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무척 덥고 땀이 몹시 난다고 해서 이를 식히기 위해 갑자기 몸에 찬물을 끼얹는다든지 냉방이 잘된 실내로 뛰어드는 것은 생리적인 현상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여름철 땀을 흘리며 무더운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냉방이 된 건물로 들어설 때 가벼운 현기증이 나 메스꺼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갑작스런 온도변화에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냉방병이란 것도 이러한 현상이 반복 축적되면서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더워진 몸을 식히고 싶을 때는 약간의 여유를 두고 우리 몸이 차차 온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일이 중요하다. 가령 찬물을 끼얹을 때는 가능한 한 심장에서 먼 발부터 시작한다든지 바깥에서 냉방된 건물로 들어갈 때는 입구의 완충 지점에서 잠깐동안이나마 호흡을 조절한 뒤에 천천히 들어간다든지 하는 마음가짐이다.
무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몸 안의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갈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생리적 현상이다. 그렇다고 냉수를 서둘러 마신다든지 지나치게 찬 음료수로 갈증을 씻으려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왜냐하면 갑자기 찬물을 많이 마시게되면 심장과 콩팥 (신장)에 무리가 가 자칫 병적 현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 땀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수분뿐만이 아니고 갖가지 전해질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갈증을 푼다고 찬물이나 인공 음료를 무턱대고 마시면 체액의 「밸런스」가 깨지게 마련이다. 즉 체액이 갑자기 묽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상태가 건강을 헤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과격한 운동으로 땀을 지나치게 흘리는 운동 선수에게 찬물이나 「콜라」 같은 음료수를 주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에 있다.
따라서 갈증을 푸는데는 전해질이 약간 섞인 음료수, 예를 들면 소금을 약간 친 보리차가 적극 권장된다. 식혜를 시원하게 해서 마시는 것도 좋다.
덥다고 찬 음식을 지나치게 가까이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억지로 내장을 차게 해서 좋을 리가 없다.
찬 음식을 먹고 설사를 하는 등 배탈이 나는 이유는 찬 것에 자극을 받아 위장 운동이 항진되기 때문이다.
한방에서 더운 여름철일수록 찬 음식보다 뜨거운 음식을 권장하는 것이나 이열치열을 강조하는 것도 사실은 우리 몸이 생리적 현상에 따라야 한다는 이론이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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