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종합제철 준공계기로 살펴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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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포항종합제철이 3일 종합준공식을 갖고 완전 가동하게 됨에 따라 한국도 「아이언·에이지」(Iron Age)에 참여하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철강공업은 중화학공업의 근간산업이며 그만큼 모든 산업에 미치는 연관효과가 크다.
철강공업의 특징은 ①원료를 많이 소비하고 ②큰 자본의 장치산업이며 ③모든 산업의 기초라는 데 있다.
즉 철강제 1t을 생산하는데는 철광석·원료탄·용수 등 각종 원료가 3t이상 필요하며 한 사업소당 유형자산 투자액은 전제조업 평균의 10배 이상(68년 일본조사자료) 소요되는 산업이다.
중화학공업화과정에서는 철강공업의 역할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상대적으로 수재성도 높았으나 중화학공업이 완숙단계에 들어간 현재의 선진 각국 철강공업은 사양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55년 16.8%였던 이익율이 70년에는 2.9%, 영국은 11.8%에서 「마이너스」0.7%, 일본은 3.7%로 보합상태를 보이고 있다.
철강공업이 선진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원인은 광범위한 공해산업이므로 공해방지비용 부담이 크고(일본은 71년중 1천억「엥」을 투입) 인건비가 올라 「코스트」가 높아지고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선진국은 기업집중 및 합병, 보호무역, 경영다각화 등 내부적인 개선책을 도모하면서 해외에 진출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런 뜻에서 중화학공업화를 지향하는 한국에 일관공정을 갖춘 종합제철 공장이 건설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문제는 철강공업의 주원료인 철광석과 주연료인 「코크스」를 거의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철광석의 경우, 연간 소요량 1백46만t중 28%인 41만t은 국내조달이 가능하나 고품위 생산을 위해서는 1백5만t을 들여와야 한다.
또 고로용「코크스」를 만들기 위한 강점결탄 80만t은 전량 수입해야 한다.
물론 철광석의 해외의존도가 일본 79%, 「베넬룩스」73.6%, 서독 71.6%, 영국 47.5%, 미국 28.1%로 선진 철강공업국도 어느 정도 자원을 수입해 쓰고 있다. 세계 조강생산의 16.7%를 차지하는 일본은 「코크스」를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과 비슷한 형편에 있다.
빈약한 자원 조건은 자원의 양적확보 및 「코스트」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는 연간 5백만t의 제2종합제철을 76년에 착공, 81년까지 완공시킨 다음 1천만t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포항제철이 단계적으로 확장되어 79년 7백만t규모가 되면 일반적으로 국제적 규모인 8백만t수준에 이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제l·제2제철의 확장 및 건설공사와 관련된 애로점은 제2제철건설 자금만도 3천6백억원이 든다는 막대한 자금동원이 우선 등장한다.
또한 5백만t공장이 정상 가동하려면 7백만t의 철광석, 3백50만t의 원료탄이 든다고 하는데 원료의 원활한 확보가 난제가 될 것이다. 더우기 이들 원료의 국제시세는 상승 경향에 있다.
대규모의 2개 제철공장이 완공되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현재 선진국에서 연구중인 원자력 제철소가 80년대에 예정대로 실용화하면 현재의 최신 공정이 이미 낙후된 기술이 된다는 우려도 있다.
이 경우엔 기술·「코스트」·규모면에서 한국철강공업은 크게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 한국철강공업은 이제 출발점에 선 것뿐이며 발전을 기약해 가는 과정에서 취사 선택해야할 과제가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미 포항제철 제품의 가격면에서도 「빌리드」(주로 철근원료)가 t당 5만9천원으로 철근공장도가 t당 5만8천6백원을 상회하고 있다. 규모의 이익이 아직 보장되지 않은 단적인 예이다.
이런 관점에서 제철산업은 자원·기술·생산「코스트」등 각 분야에 걸쳐 해결돼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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