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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대표팀 은퇴 진심 아니다 … AG 목표는 당연히 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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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28일 인천공항에서 터키로 출발하는 김연경과 어머니 이금옥씨. [인천공항=박린 기자]

“국제배구연맹(FIVB) 재심에서도 옳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된다면 흥국생명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줄어들 것 같다.”

 너무나 뛰어난 실력 때문에 수년째 스카우트 분쟁을 겪고 있는 ‘배구 여제’ 김연경(25·1m92㎝·페네르바체). 5일간의 연말 휴가를 마치고 28일 어머니 이금옥씨와 함께 터키로 돌아가는 그를 이스탄불행 비행기에서 만났다. 속은 시커멓게 타지만, 김연경은 그의 강스파이크처럼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일찌감치 한·일 프로무대를 평정한 그는 세계 톱 클래스인 터키에서도 최고의 선수다. 명문 페네르바체에서 2011년부터 뛰었고 2012년에는 팀을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올랐다. 올해도 페네르바체는 정규리그 2위(10승1패), CEV 컵대회 4강으로 순항하고 있다.

 분쟁은 김연경이 흥국생명 소속으로 일본에 임대돼 뛴 기간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다. 김연경과 페네르바체 측은 일본 임대 시기도 원소속은 흥국생명이므로 FA 취득을 위한 의무 연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반면 흥국생명은 임대된 기간은 제외해야 하므로 김연경이 FA 자격으로 이적하려면 흥국생명에서 더 뛰어야 한다는 논리다. 김연경과 페네르바체는 축구 등 다른 종목의 국제 기준을 앞세우고 있고, 흥국생명은 로컬룰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대한배구협회가 흥국생명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자 김연경은 “더 이상 국가대표로 뛰지 않겠다”는 폭탄 선언을 해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12년 시작된 분쟁은 여전히 해결 기미가 안 보인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갈팡질팡하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2013~2014시즌 김연경의 원소속 구단은 흥국생명”이라면서도 “페네르바체가 이적료를 지급하면, 터키 구단에 이적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페네르바체가 지난 10월 김연경의 이적료에 해당하는 22만8750유로(약 3억3000만원)를 공탁금으로 내자 FIVB는 대한배구협회의 동의 없이 임시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했다. 흥국생명은 FIVB에 재심을 요청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온다. 김연경은 “FIVB 재심에서 옳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금옥씨는 “연경이가 스트레스 때문에 먹은 게 역류해 터키 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 엄마가 걱정할까 봐 힘든 내색도 안 하고 속으로 울더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연경은 ‘외국물 먹더니 건방져졌다’는 욕을 많이 먹었다. 기업은 적자를 보면서 배구단을 운영하는데 김연경이 자기 이익만 추구한다는 비난도 있다. 김연경은 “나중에 후배들이 나처럼 불합리한 일을 겪을까 봐 총대를 멘 건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한 지인이 ‘나중에 돌아보면 큰일을 했다는 걸 알 거다. 유럽 진출 때도 처음엔 동료에게 무시당했지만 2012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득점왕·MVP를 휩쓸지 않았느냐’고 조언해 큰 힘이 됐다”며 “팬클럽 회원들이 ‘코트 위의 살아 있는 국보, 그녀의 걸음이 역사가 된다’는 현수막을 들고 서명운동을 해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대표팀 은퇴 발언은 진심이 아니었다. 늘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뛰었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때 매 경기 애국가를 들으며 가슴 한편이 찡했다”고 털어놨다. 그러곤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중국·일본·태국 등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국민들께 꼭 금메달을 안겨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스탄불(터키)=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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