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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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기를 낳을까, 말까』망설이는「카톨릭」신자들에게 「카톨릭」한국 주교단은 19일 『네버!』(결코 안 된다)를 선언했다. 임신중절을 허용한 모자보건법은 적어도 「카톨릭」신자들에겐 이제 무력해졌다.「카톨릭」교의 그와 같은 발상은 『생명존엄』의 자연법 사상에서 비롯되었다.
비단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도 임신중절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모자보건법을 제정한 목적은 단순히 『모성의 생명보호』에만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명문이야 어찌되었든 그 응달 속엔 「인구조절」의 의도도 숨겨져 있다.
따라서 임신중절을 서슴지 않고『살인행위』로 규정하는 견해가 염연히 대두되고 있다. 이런 신념에선 임신중절은 『도덕적인 악』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인구조절의 필연성을 학문적으로 주장한 대표적인 사람은 「토머스·R·맬더스」이다. 그가 이미 1798년에 내놓은『인구론』은 고전적인 저술로서 시대를 초월해서 인용되고 있다. 인구폭발을 경고한 원전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인구증가율과 식물증가율의 부조화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식물은 제한 받게 되고, 그 결과 죄악과 빈곤이 잇달며 그것은 인구억제의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맬더스」는 5년만에 자신의 저술을 개작·증보했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초판의 『인구론』에 20만 어를 더 추가해서 새로운 견해를 보충했다. 여기서 그는 『도덕적 억제』를 새삼 강조하고 있다. 도덕적 억제란 『죄악과 빈곤』이외에 『또 하나의 인구억제의 작용』으로 그는 인정한다.
그가 말하는 『도덕적 억제』란 결혼을 억제하는 것과 비정상적인 성욕의 만족을 억제하는 일이다.
달리 말하면 식구를 부양 할 수 있을 정도로 도덕적인 행위를 준수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억제는 결국 인간이 그 결과를 예상하는 「이성」에서 비롯된다. 「맬더스」가 도달한 결론은 인간의 이성을 강조함으로써 이상 사회를 실현시키려는 것이었다.
이것은 문제의 빈민들을 제거하거나 억제하는 쪽 보다는 그들을 각성시키는 「의식의 향상」에 근본을 둔 논리이다. 「각제」이나「의식의 향상·개발」은 제도의 개선 또는 법 따위가 없어서 안 되는 일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교육의 평등화·인격의 존중·사회도덕수준의 향상에서 기대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를 다스릴 법은 너무도 많지만 그 내면에 빛과 신념을 넣어줄 도덕률은 삭막하기 이를 데 없다. 도덕적 억제야말로 가장 절실한 우리내면의 법이다.『어느 민족이든 그 흥망은 그의 도덕적 조화와 그 국가가 갖고 있는 도덕적 목적에 달려 있다』는 「토인비」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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