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관광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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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비좁은 김포국제공항대합실. 30분 후면 동경으로 출발하는 국제선「카운터」앞에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출국절차를 막 끝낸 한 일본인 중년신사가 배웅 나온 한국아가씨의 손을 잡은 채 몇 번이고 작별인사를 나눴다.
앳된 기가 가시지 않은 갸름한 얼굴의 아가씨는 무척 예쁘다. 작별이 서운한 듯 눈물까지 글썽이며 손수건을 흔들었다. 일본인도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운지「램프」로 들어가면서도 연방 뒤돌아보며 손을 들어 보였다.
김포공항에 등장한 새로운 풍속도. 관광여인과 귀국하는 일본인이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장면은 국제선이 뜰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다.
관광여행이나 사업차 한국에 온 일본인들을 상대로 잠깐동안「파트너」가 돼주거나 일정기간 계약동거로 생업을 삼는 이른바 관광여인들은 최근2∼3년 사이에 부쩍 늘어난 신종직업(?).
당국의 추산에 따르면 이들 관광여인들은 관광협회에 등록된 「서비스·걸」1천5백여명과 서울시내 회현동·필동 일대에 몰려있는「콜·걸」4백여명을 포함, 전국적으로 1만 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일본인들을 상대하는 것이 일반 요정의 접대부 생활에 비해 경기가 좋은 편이라고 털어놓고 있다.
관광여인들이 일본인을 상대하는 유형은 ⓛ일정기간 계약동거로 내연의 관계를 맺다 출국때 헤어지는 형태 ②사업상 수시로 드나드는 실업인등을 상대로 살림을 차러놓고 주말을 이용하는 등방한때마다 묵고 가게하는 현지처의 형태
③「호텔」에 단기간 묵고가는 관광객을 상대로 해주고 그때그때 화대를 받는 윤락형태 등 크게 3가지.
계약동거를 원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한국에 사무실을 두고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장사직원들. 이들은 체재비절약과 이국에서의 객고도 달랠 겸 6개월∼1년씩 장기동거계약을 맺는다.
현지처의 형태는 대개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한국을 수시로 드나드는 중년층 실업인들 사이에 유행되고 있다.
계약동거나 현지처에 대한 「서비스」료나 계약금에는 일정한 공정가격은 없지만 동거장소에 따라 다르고 최소한 여인들에게 생활근거를 마련해주어야 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있다.
S요정의 접대부로 있던 이모양(24)은 1주일 계약동거에 10만원을 받고 2급「호텔」에서 살며 일본인 아내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H「맨션·아파트」에 살고 있는 B양(26)은 한달에 8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계약동거의 경우 남자는 약속된 계약금만 지불하면 몸만 들어가고 숙식비·세탁비등 계약기간에 필요한 모든 생활비는 여자가 받은 계약금에서 전액 부담한다.
B양은『요정의「서비스」료보다 조금 나은 편이지만 생활근거가 마련되고 몸이 편하기 때문에 계약동거를 택하게된다』고 동기를 밝혔다.
현지처의「케이스」는 미장원·다방 등 여자들이 경영할 수 있는 사업체를 마련해주고 방한때마다 선물 등을 사다주는 것이 대부분.
R양(32)은 일본인Y씨(56)가 4백만원짜리 미장원을 사주는 조건으로 현지처가 됐다.Y씨는 1년에 3∼4차례씩 와서 평균15일 가량 지내다 간다고 했다.
R양은 Y씨가 방한때마다 사다주는 전기기구, 옷가지 등으로도 상당한 수입을 잡는다고 말했다. 계약동거를 하는 관광여인 가운데는 계약금만 받고 잠적해 버리는 사례도 있어 돈만 날린 일본인이 수사기관에 사건을 의뢰해 오는 일도 자주 있다.
그러나 계약동거를 해본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한국여성의 음식 솜씨가 좋고 함께 생활하면서 비굴하지 않아 모르는 사이에 정이 들었다』고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관광여인가운데 가장 어려운 여건에서 생활해야하는 층은「호텔」투숙객상대의「콜·걸」들. 이들은 포주를 중심으로 합숙 생활을 하며 합숙소의 전화로 불러나가「호텔」등에서 하룻밤 또는 잠시동안 상대해주고 화대를 받는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얼마 안 되는 화대 가운데서「호텔」경비원에게 통과비조로 약7%,「프론트·데스크」가 묵인하는 조로 약7%,각층의 접객원에게 소개비조로 약30%를 뜯기고 나머지 약60%가운데서 또 포주에게 30%를 바치고 나면
고작 합숙소의 식비와 방값도 모자란다고 한다. 그런대로 여인들은 관광「붐」을 타고 한대목의 호경기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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