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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와 청소년문제|미「컬럼비아」대 「이라·민츠」박사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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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월은 청소년의 달이다. 현대사회의 급변하는 환경에 휘말려 이들이 기성사회의 재물이 되는 것을 미리 막고 보다 바람직한 성장여건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아직도 틀 잡히지 않은 이들의 품성에 도전하는 기성사회의 자극은 늘어만 간다. 오늘의 젊은이를 둘러싼 이같은 부정적 자극을 최근호 「뉴요크·타임스·매거진」에서 「컬럼비아」대 정신분석학자 「이라·민츠」박사는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사춘기의 한 여고3년생은 자신의 일을 충분히 혼자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모도 이 말에 따라 방임해 뒀더니 몇 주일 이내에 학교나 가정에서의 생활은 엉망이 됐다. 부모의 통제는 다시 시작됐고 결국 이것은 정신분석학적 상담사항이 됐다. 상담결과 이 학생은 성장충동에 의해 자결권을 갈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시기의 강한 의존성으로 부모가 어떤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러한 갈등은 사춘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인에도 의식과 무의식의 두 가지 정신작용이 자주 일어난다. 그렇지만 이같은 현상은 특히 사춘기를 포함한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든다. 근래 급격한 사회변천은 특히 청소년들을 좌절·난잡·반항의 심리로 이끌고 있다.
오늘날 만연된 폭력, 지나친 개방과 성적자극 및 냉소적 쾌락주의에 젖은 문화는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인생에 대처하고, 의식과 무의식의 상충은 조화하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부모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 그들은 이같은 강한 자극을 경험하지 않은 채 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올바른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힘은 많다. 첫째, 폭력이 있다. 모든 인류가 지금 폭력 앞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강도의 습격에, 운전사의 사고에, 그리고 전쟁이 나서 적군이 쳐들어 올까봐 떨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내부에 숨어있는 폭력충동에 떨고 있다. 얌전하게 이 충동을 자제하기도 하지만 공격적 충동으로 발현되는 예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자그마한 시비로 폭력을 휘두른 경우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자신의 공격적 충동에 공포심을 갖게 된다. 이들은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보면 즉시로 안정된 상태가 된다. 보호는 충동의 폭발을 승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나친 「스트레스」가 인간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폭력을 보거나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신의 충동을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의 흥분을 느낀다.
거리에서, TV에서, 학교에서 청소년을 둘러싼 폭력적 환경은 그들로 하여금 충동의 자제를 어렵게 한다. 안정감이 부족하면 충동의 자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한 대학에서의 폭력충돌은 다른 대학의 학생들에게 충동을 자제하는 힘을 잃게 하고 또 다른 폭력사태를 유발한다. 그래서 학원소요는 대학에서 대학으로 번져 가는 것이다.
다음은 청소년에 대한 지나친 방임이다. 아동기에 발달한 도덕 관념은 그후의 성장환경·생활경험 및 부모의 태도에 따라 수정 또는 재구성된다. 청소년은 그의 가족의 도덕기준에 동화된다. 그의 부모는 스스로 엄격성과 일관성으로 청소년이 충동을 자제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부모가 약점을 보이거나 일관성없는 태도를 보이면 그들은 충동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청소년기의 젊은이들은 멋대로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보호를 강렬하게 요구한다.
부모가 세대 차를 좁히기 위해 그들에게 「모델」이 되기보다는 그들과 같이 행동한다면 이는 거꾸로 세대 차를 벌려 가는 일이다. 부모나 교육자가 젊은이들을 마음대로 행동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그들에게 성실한 생활을 통한 노력의 보람이나 어려운 일을 끝까지 해내는 자제력을 배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공부하고 일하는 습관을 통해 희열을 맛보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이렇게 자란 청소년이 성인이 되면 일상생활의 좌절·갈등과 요구에 압도당하고 말게 된다.
지나친 방임적 태도의 결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기도 한다. 버릇없는 자녀의 태도에 놀란 부모가 그제야 교육을 시키려고 들어도 이미 때는 늦고 권위는 전혀 없어져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가 된다.
오늘날의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세째 요인은 지나친 성적자극을 강요하는 문화환경이다. 청소년들은 성적충동을 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사회는 그들에게 참기 어려운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스스로를 정상적인 성관계를 가질 만큼 성장했다고 생각지 않고 있지만 사회는 그런 방향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같은 압력에서 그들을 보호할 사회구제는 거의 없는 셈이다. 자립과 성적자유를 외치는 이 시기의 젊은이들의 가슴속에 귀를 기울여보면, 통제와 보호를 바라는 조용한 소리가 들린다.
사춘기를 포함하는 청소년의 성장 및 발달과정은 어려운 경험의 연속이다. 정신적 동요, 변하는 가치관과 흥미 및 태도, 분출하는 성적·공격적 충동에의 대처, 기존질서에 대한 반항욕구, 동일시에 대한 혼란 등은 틀 잡히지 않은 청소년의 정신세계에 독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사회적 압력까지 가세하여 청소년기에 자아를 올바로 형성해가기란 정말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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