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헌트·매코트는 변장의 명수|워터게이트 사건 주역들의 희극적 낙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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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 EPS 합동】「닉슨」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워터게이트」미 민주당 본부 도청사건은 주역들의 희극적「에피소드」로 심심지 않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왼손잡이=「워터게이트」침입을 지휘한「그든·리디」는 작년 2월「존·미첼」전 법무장관 사무실에서「존·딘」전 백악관 법률 고문 및「닉슨」선거 운동 참모「젭·매그루더」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명소와는 달리 왼손으로 계획표를 쳐들고 도청 작전을 설명했다.
그가 이처럼 엉거주춤하게 왼손으로 계획을 설명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며칠 전「디트로이트」주에서 여자 두 명을 앞에 놓고 촛불 위에 손을 얹어 이들을 감동(?)시키려고 오른손을 심하게 데었기 때문이었다.
▲외상 도청=「닉슨」의 아낌없는 자금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워터게이트」사건에 사용된 도청 기구들은 아직도 외상이라고 한다.「닉슨」재선 위원회는 현재 전자 도청 장치들을 공급한「시카고」주의 한 회사에 1만3천6백「달러」의 빛을 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범인 중의 한 명인「제임즈·매코드」는 자신이 어느 날 새벽 물건들을 구입한 뒤 5천4백「달러」만을 지불하고 나머지는 외상으로 남겨 놓았다고 자백했다.
▲화장실의 새우잠=「워터게이트」본부 정탐을 맡았던「하워드·헌트」는 식당을 통해 침투를 시도했으나 경비원에 들키지 않고는 나갈 수 없게 되자 한밤을 화장실에서 쭈그리고 지샌 뒤 아침7시 출근 자로 가장하여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가명과 변장=「워터게이트」사건의 3총사 격인「리디」와「헌트」·「매코드」는 또한 007을 뺨칠 만한 변장의 명수들이었다.
「헌트」는 때로 빨간 머리의 가발을 썼으며 이들은 모두 가명을 서너 개씩 갖고 있었다.
「리디」는 주로「조지」라는 가명으로 통했는데 어느 날 그의 백악관 사무실에「조지」를 찾는 전화가 걸려 와서 그의 비서가 어리둥절 하자『도대체「조지」가 누구냐?』고 장본인인「조지·고든·리디」도 시치미를 떼었다고 한다.
▲「올리버」의 비밀=「워터게이트」에 도청 장치를 하고 또 이에 부수된 일을 처리하는데 수십만「달러」가 소비됐다.
이들은 우선 민주당 직원인「스펜서·올리버」씨 사무실 전화에 도청 장치를 가설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부자가 똑같이「스펜서·올리버」란 이름을 갖고 있어 누가 민주당 직원인「스펜서·올리버」인가를 밝혀 내는 작업이었다.
▲사건 다음날=「워터게이트」 도청 장치 가설 직원들은 범행 당일에 민주당 본부에 들어가는데 문제가 생겼다.「버나드·바커」는「리디」에게 비밀 전화를 하여『자동차 열쇠』 가 말썽이라고 알렸다. 결국 이들은 민주당 본부에 침입해 들어갔다가 새벽 2시30분쯤 체포되었다.
이 소식은「닉슨」재선위원회 본부를 경악케 했다고「리디」는「도번·슘웨이」수석 공보관에게 전화를 하여「닉슨」재선 위원회에 사소한『공보 관계 문제』가 있다고 알렸다.
이 소식이 전파되자「닉슨」재선 위원회 직원들은 즉각 중요 문서들을 이동 또는 파괴하기 시작했다.
「리디」는 서류를 작은 분쇄기에 넣어 없애기 시작했으며 다시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좀더 큰 분쇄기를 이용, 일을 빨리 진척시켰다.
「리디」의 비서「샐리·하머니」는 손에 들고 다니는 수첩마저 분쇄기에 넣어 없애 버렸다.
한편「닉슨」이 재선 위원회 보안 책임자인「제임즈·매코드」가 도청 장치 가설 단을 지휘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직원들은 자기네 본부에도 도청 자들이 침입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토론을 하고 있었다.
재선 위 행정 담당자「로버트·오들러」는 이들에게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확인했다. 그는 자기가 경험 있는 보안 담당자를 데려와 구석구석에 침입 방지 장치를 가설했다고 말했다. 「오들러」는『그 사람의 이름을 아느냐』고 반문하고「짐·매코드」라면서 자랑스럽게 이들에게 말했다.
▲기묘한 기장=멍청한「매코드」는「헌트」부인이 비밀 자금을 봉투에 싸서 그에게 전달하자 영수증을 주려 했었다.「리디」조차도 재선 위원회에서 돈을 꺼내 쓸 때 작은 백지 영수증에 특별한 표시를 했다.
그러나 전 백악관 보좌관「고든·스트룬」은 재선위원회「워터게이트」담당 직원인「프레드·라두」에게 20「달러」, 50「달러」, 1백「달러」짜리 지폐로 35만「달러」를 전달했지만 영수증을 요청하지도 않고 주지도 않았다. <잭·앤더슨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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