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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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삼강 오륜 중에서도 많은 변천을 보이고 있는 것이 효의 개념인 것 같다. 과거에는 어린이를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부모가 기대 적으로 군림하였는데 오늘날에는 오히려 자녀를 위하여 희생하는 경향이다. 요즈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아 지지의 여러 가지 기획 물이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흥미 있는 대목들이 많다.
부모들은 「텔레비전·프로」의 「채널」 선택권을 아이들에게 양보하고 있으며 부모를 위한 식탁을 특별히 차리는 집안도 거의 없는 모양이다. 또 부모들은 한 달에 한번쯤은 대개 어린이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부모에 대한 불만은 꽤 심각한 것 같다.
어린이들은 어머니가 편애를 하고 아들만 사랑해 주며 딸을 푸대접한다고 불평이고 어머니는 공부하라고 너무 조르며 너무 지나치게 꾸짖어 반발 감을 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버지는 일요일에 낮잠 자면서 떠들지 말라고 하고 보통 날에는 늦게 귀가하여 얼굴 보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어린이들은 한결같이 가족 동반으로 휴일에 놀러 나가기를 원하고 있다.
이들 어린이들의 불평 불만에 대하여 부모들이 반성해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딸이라 하여 불평등한 대우를 한 적은 없었던가, 직장에서의 화풀이를 집안 어린이들에게 전가한 적은 없었던가, 만취인 채로 집에 들어가 잠자는 아이들을 괴롭힌 적은 없었던가 반성해야겠다. 어머니들은 계다 동창회다 하여 어린이들에게 집을 맡겨 놓고는 외출이 잦았던 적은 없었던가 반성해야 하겠다.
오늘날의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3세에서 6세 사이에 인격 형성이 끝난다고 하는데 이 귀중한 시기의 어린이들을 가정부에게만 맡기고 그대로 방치한 적은 없었던가 반성해야 한다. 가정 생활 특히 부모의 생활 태도는 어린이의 성격 형성에 있어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는데 지나친 배금과 출세주의 사고로 어린이들을 물질 만능 주의자로 만들고 있는 경우조차 없지 않다.
어린이들도 부모를 돈 만드는 기계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학생들간에는 부모를 껍데기라고까지 부르고 있는데 자기들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심신이 노곤해 있는 부모를 비꼰 것이다. 자녀들도 어느새 사회의 부조리에 물들어 출세하지 못한 부모나 돈이 없는 부모를 부끄러워하고 늙은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시집살이의 설음은 옛이야기이고 노부모들이 며느리의 눈총을 받으며 식모 아닌 식모 노릇을 하고 있는 집도 많다고 한다. 효의 개념이 점차 없어지면서 존속 학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아이를 가져서 아는 부모님 은혜」라는 속담도 있고 「아이를 가져서 아는 아이들의 고마움 즐거움」이라는 것도 있다. 과거와 같이 자녀를 노후의 안정을 보장받기 위한 보수 책으로 생각하는 부모의 사고 방식도 버려야 할 것이요, 자녀들은 부모들을 자기 성장을 위한 수단인 것처럼 생각해서도 안될 것이다. 부모는 자녀를 한 인격체로 대하여 독립한 인간으로 대우해 주어야 할 것이요, 자녀들은 부모의 고된 양육의 은총을 잊지 말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아끼고 서로의 인격을 존중함으로써 화평한 가정을 영위하여 사회 정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서로가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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