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열 달 동안 세계신 넷 … 달리면 기록이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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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여제’란 표현도 모자라다. 세계 최고의 여자 스프린터 이상화(사진)는 올해 자신의 주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네 차례나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 시즌 월드컵 6차 대회에서 36초80을 기록한 이상화는 위징(중국·36초94)의 종전 기록을 0.14초 줄였다. 2013~2014 시즌은 더 화려했다. 지난 11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36초74로 결승선을 통과해 자신의 기록을 앞당겼다. 미국 솔트레이크에서 열린 2차 대회는 더욱 극적이었다. 첫날은 36초57, 둘째 날 36초36을 기록해 이틀 연속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10개월 사이에 네 번이나 세계기록을 앞당긴 것이다.

 이상화는 올해 열린 네 번의 월드컵에서 일곱 번 출전한 500m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예니 볼프(34·독일)·헤더 리처드슨(24·미국)·왕 베이싱(28·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월등히 한발 앞서나갔다. 올 시즌을 앞두고 5㎏을 감량한 이상화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유지하면서도 순발력을 더했다. 특히 그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스타트 기록을 크게 끌어올렸다. 완벽한 스케이터로서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상화는 이미 스무 살의 나이에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에게서 2관왕의 부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올림픽 금메달을 따봤기 때문에 정말 편안하게 내 레이스만 하자는 생각으로 링크에 선다”는 게 그의 말이다. 소치 겨울 올림픽에서는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게 이변이다.

김효경 기자

◆새뚝이=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연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활동이나 생각으로 사회를 밝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 또는 단체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연말 스포츠·문화·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참신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 이들을 새뚝이로 선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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