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토크쇼의 만남, 한·일을 얘기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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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성권 주 고베총영사(왼쪽)와 야마시타 국회의원이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총영사와 일본 집권당의 국회의원, 한류 K팝 그룹이 한 무대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이야기하는 ‘외교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20일 밤 오카야마현 산요신문사 산타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2013 한·일 화합과 소통의 한마당’. 이날 행사는 “정부 간에는 물론이고 보통 일본 국민들의 반한 감정이 우려스러울 정도에 달했다”는 이성권 주 고베총영사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들끼리 논쟁을 벌이는 딱딱한 심포지엄에는 보통 일본인들의 참여가 낮고, 그렇다고 K팝 스타 공연만 하자니 뭔가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생각 끝에 등장한 아이디어가 ‘토크 콘서트’다.

 “한국에서 많이 개최되고 있는 북 콘서트, 토크 콘서트의 형태를 외교 현장에 처음으로 도입해보자”는 이 총영사의 제안에 고베 총영사관 관할지역인 오카야마현 지역구 국회의원 야마시타 다카시(48)가 적극 호응했다. 지난달 세토우치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에 이 총영사가 ‘정사’ 역을, 야마시타 의원이 ‘수행원’ 역을 맡은 것이 인연이 됐다.

  300석의 좌석을 가득 메운 이날 행사에서 이 총영사는 최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함께 선정된 한국의 김장 문화와 일본의 ‘와쇼쿠’(일본요리)를 화제로 올렸다. 그는 “한국의 김장 문화에는 ‘공동체 의식’과 담은 김치를 이웃에 나눠주는 ‘나눔의 정신’이 함께 있다”며 “한·일 관계도 나눔과 배려로 개선하자”고 말했다. 야마시타 의원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한국의 국회의원과 함께 어울려 춤춘 적이 있다”며 “문화 교류는 양 국민 간 신뢰를 싹트게 할 뿐 아니라 정치인 간에도 사이를 돈독하게 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토크쇼에 이어진 공연에서는 5인조 K팝 남성그룹인 ‘7942’와 가수 ‘소울 크라이’가 등장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 총영사는 “이번 토크쇼의 호응도가 너무 좋아 내년에도 외교활동에 이런 방식의 콘서트를 적극 도입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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