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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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법 제4조는 『만 20세로 성년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년이 되면 이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재산의 처분이나 영업행위가 법률상 자유롭다.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20세가 되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선거권을 가진다』 고 규정했다. 경제행위 뿐 아니라 정치에 있어서도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참정권을 갖는 것이다.
만 20세가 되면 병역법상 징병검사도 받아야 한다. 국토방위의 실역이 맡겨지는 것이다. 나라의 방패이자 간성의 구실을 하는 연령이다.
법전을 보면 만 20세 이상의 국민은 갖가지 자격과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변호사는 「성년 이상의 국민」에게만 자격이 있다. 판·검사의 경우 연령의 제한이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으나, 언젠가 미성년자가 그 자리에 임용되어 문제된 일이 있었다. 『미성년의 법관이 판결을 하면, 그 외 법정대리인이 대리로 서명해야 하는가?』. 이런 불합리는 현실적으로 미성년자에게 그와 같은 자격을 줄 수 없게 제한했다. 따라서 성년이 되면 그런 제한에서도 벗어난다.
공인회계사·건축사·자동차운전 등의 면허도 성년이 되면 가질 수 있다. 경찰관이 되려면 성년이 되고 나서도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클럽」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성년에겐 자유다. 그러나 술집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법의 처벌을 받게 되면 이번엔 성년의 교도소로 가야한다. 미성년자가 받을 수 있던 형사상의 특혜는 성년에겐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사형·무기의 선고가 l5년으로 감형되는 따위의 법률상 혜택도 없다.
명예롭지 못한 일로 신문에 날 때도 성년은 그 이름과 사진을 밝힐 수 있다. 그 얼굴사진을 숨기는 것은 다만 미성년의 경우일 때이다. 『예기』전례에 보면 『인생 십년왈유·학, 이십왈약·관, 삼십왈장·유실…』로 기록되어 있다. 관을 쓰는 것은 세상에 나와 활동한다는 뜻이다.
성년이 되어도 아직 좀더 기다려야 할 일들도 많다. 결혼을 친권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하려면 남자는 27세, 여자는 23세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되려고 해도 40세까진 불가능하다. 국회의원은 25세, 국민회의 대의원은 30세.
또한 대학교수·성직자·의사·약제사 등은 혹시 명문의 규정이 없을지라도 만 20세의 나이로는 현실적으로 그 자격을 가질 수 없다.
이제 『성년의 날』을 맞는 약관의 세대는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세상엔 자연연령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미성년자들」이 허다하거늘, 해방감을 누리기에 앞서 새로이 부과된 그 책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바로 오늘 4·19에 앳된 성년이 기성세대를 앞질러 그 사명과 책임을 다한 교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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