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없는 공화국 「리투아니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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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표할 정부도 없는 외교공관이 없어진 자기나라의 독립기념 「리셉션」을 연례적으로 열고있어 「워싱턴」 외교가의 이색화제가 되고있다.
주미 「리투아니아」공관이 그것. 「리투아니아」는 1940년 소련혁명군에 점령되어 현재 소련 방에 강제 합병된 나라.
나라가 없어졌음에도 주미 「리투아니아」 공사관은 매년 2월16일이면 1918년 근대 「리투아니아」 공화국이 탄생한 그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는다.
일견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행사이지만 세계 각처에 흩어져 있는 「리투아니아」인들에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테면 약소민족의 비애랄까, 망국의 한을 되새기는 모임인데 동시에 이들은 장차 어느 땐가 「리투아니아」가 독립을 되찾을 것이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없어진 나라 「리투아니아」공화국의 외교대표부를 계속 승인하고있어 상징적이나마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가 가고 최근 미·소가 화해「무드」에 젖어감에 따라 이들의 희망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금년에도 행사의 참석자는 1백 50여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리투아니아」계 미국인들이고 몇몇 외교관과 「카톨릭」신부, 그리고 미 정부 대표 2명이 내빈으로 참석했을 뿐이었다.
몇 년 전까지도 미 국무장관이 그 부인을 대신 보내고(「딘·러스크」장관은 항상 그랬다) 일단의 각 국 고위외교관들이 참석, 「리투아니아」의 독립을 축하했었으나 이제는 국회의원 한사람도 안 나타난다.
미국정부는 멸망 전 「리투아니아」 정부에 의해 임명된 정식 외교단이 존속하는 한 이 외교부를 계속 승인할 방침이지만 현재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은 12명뿐이며, 그 중에 제일 연소자가 57세고, 대리공사 「바키스」는 67세의 노령이다. 따라서 이 대표부의 수명은 앞으로 10년, 잘 해야 20년밖에 안 남았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의 「리투아니아」인은 약 1백만 명(소련 안의「리투아니아」인은 3백만 명). 이들은 반공주의자로서의 「닉슨」을 줄곧 지지해왔었다. 그러나 미국을 생활근거로 30년 이상 정착해 온 이들은 실제로 조국 「리투아니아」에 사태변화가 있다해도 아무도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란다.
『내 아이들은 미국인이고 우리는 미국에서 살고 있으니 조국 「리투아니아」가 다시 독립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우리의 꿈은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꿈을 갖는다해서 조금도 나쁠 것은 없지 않습니까!』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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