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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Report] 사랑의 연탄배달·산타 봉사에서 다문화 자녀 교육까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해마다 연말이 되면 기업들의 기부·봉사 활동이 몰린다. 한 해를 정리하고 이웃을 돌아볼 시기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는 시대 상황에 맞춰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국내 은행의 누적 순익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예상될 만큼 어렵지만, 사회공헌활동에 들이는 노력은 지난해보다 더 치열하다. 사회공헌활동이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 외에도 조직 내부를 통합해 경쟁력을 키우는 데 효과가 있다고 봐서다. 금융권에선 저마다 설득력 있는 구호와 활동을 위한 경쟁과 노력도 치열하다.

1 KB금융그룹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영록 회장(왼쪽 둘째)과 프로골퍼 박인비 선수가 참석한 가운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겨울나기 생활용품 전달 행사를 열었다.

겨울이불부터 베개, 방한조끼며 수면바지까지. 겨울을 나기 위한 필수품 9종이 차곡차곡 담겼다. 11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겨울 나눔 생활용품 전달식에서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은 “유난히 춥다는 올겨울 홀로 사는 저소득 독거노인들께 따뜻한 온기를 전해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0세트로 나눠 포장된 생활용품은 한국사회복지관협회 등을 통해 홀로 사는 전국의 노인들에게 전달됐다. 이날 행사는 KB금융이 매년 11월과 12월 두 달에 걸쳐 진행하는 ‘KB금융 따뜻한 겨울 나눔’ 행사의 하이라이트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사랑의 연탄 나눔’, 30일에는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에게 보낼 6만 포기의 김치를 담그는 ‘2013년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도 열었다.
 
도움 필요한 사람에게 맞춤형으로
임 회장은 7월 취임 때부터 ‘시우(時雨) 금융’이란 말을 들고나왔다. 적절한 때에 알맞은 양으로 필요한 만큼 내리는 비처럼 되겠다는 얘기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도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임 회장은 평소 “금융 생태계가 선순환하려면 본연의 수익 창출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수익만 좇아서는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강조해 왔다.

금융기업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활동에도 열심이다. ‘KB착한대출’이 대표적이다. 신용이 낮아 정상적인 은행 대출이 어려운 계층을 위해 9월 말부터 출시된 상품이다. 대부업체 상품보다 한도는 더 많은데 비해 이자는 10%대 후반으로 낮춰서 인기를 끌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12월 중순까지 800건 넘게 대출이 이뤄져 기대 이상의 호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공익재단, KB금융지주, KB국민은행 등 관계사 모두가 역할을 나눠 진행하는 ‘경제·금융교육’도 금융 그룹에 어울리는 활동이다.

사회공헌을 연말에만 하는 건 아니다. KB금융은 2011년 11월 전국 각지에 1200여 개의 ‘KB스타 드림봉사단’을 만들었다. 연간 25만 시간 이상의 지역밀착형 봉사활동을 펼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 ‘국민을 먼저 생각합니다’의 일환이다. 계열사 임직원 2만5000명 전원이 ‘1인 1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지역과 테마에 따라 봉사 방식은 다양하다. 크게 4대 핵심 테마를 정했다. 청소년·글로벌(다문화)·환경·노인복지다. 노인 무료급식 봉사활동, 캄보디아 어린이 자전거 지원사업, 의료차량 지원사업 같은 게 좋은 활동 사례다.
 

2 지난달 11일 열린 ‘2013 모두하나데이 캠페인’ 기념식에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넷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나눔의 등불 점등식’을 하고 있다

11월 11일에 1만1111포기 김장 담그기 행사
하나금융그룹의 ‘연말 봉사’는 11월에 일찌감치 시작됐다. 기업 이름과 같은 숫자 ‘1(하나)’이 겹치는 11월 11일 ‘2013 모두하나데이’ 행사가 출발점이었다. ‘동료·이웃·세계와 하나 되자’는 취지로 2011년부터 시작된 행사다. 내년 1월 11일까지 두 달 동안 이어지는 나눔과 봉사의 향연에는 그룹 임직원 모두가 참여한다. 김정태 회장과 계열사 대표·임직원들이 함께 ‘나눔 등불 점등식’을 한 뒤 이날 행사는 소외계층에 전달할 1만 1111포기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로 이어졌다.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한 임직원 배우자 중심의 ‘가족사랑 봉사단원’과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의 여성들도 참여했다. 모두하나데이 기간 중 하나금융그룹은 국내 임직원들이 1인 1나눔활동을 하고, 동료끼리 감사와 칭찬 문화 확산을 위한 빨간 우체통 편지 전달, 11개국 해외 빈곤 아동에게 학용품·장난감을 전달하는 ‘Happy Sharing’ 같은 다양한 그룹사별 행사를 펼친다.

김 회장은 “모두하나데이 캠페인은 하나금융의 나눔 전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연말 연시라는 특별한 기간뿐 아니라 늘 나눔 정신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나누고 돌볼 대상과 지역을 국내뿐 아니라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홍콩·미주·유럽 등 해외 주재 임직원까지 참여의 영역을 넓혀 세계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로까지 사회공헌의 영역을 넓히는 것은 하나금융그룹의 전통과도 관련이 깊다. 하나금융그룹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문화와 언어를 교육하는 ‘하나 kids of Asia’ 프로그램을 2008년부터 일찌감치 시작했다. 서울·안산·인천·부천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통해 한글과 해당국 언어를 함께 표기한 동화책 5만5000여 권을 제작·배포했으며, 2011년 6월에는 서울 성북구 삼선동 지점에 다문화가정의 소통 공간인 하나 다문화센터 ‘다린’을 개설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새터민 청소년의 한국사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문화·예술 초청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3 3일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가운데)과 임직원들이 쪽방촌 거주 이웃들에게 나눠줄 물품 꾸러미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 각 사 제공]

일회성 행사 No … ‘몰래 산타’ 깜짝선물
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동신교회.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임직원들이 이곳에 모여 분주히 손을 움직였다. 비좁은 쪽방에서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이웃들을 위한 ‘겨울나기 쪽방촌 나눔’ 활동 때문이다. 이들은 담요·침낭·쌀·햄 같은 방한용품과 음식 12종이 들어 있는 방한물품 꾸러미 2000세트를 만들어 서울역과 남대문, 종로, 영등포 일대의 쪽방촌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꾸러미 전달을 마치고 나서는 동대문 쪽방촌 주민을 위한 식사 배식 봉사에도 함께 참여했다.

매년 하는 연말 봉사지만 올해는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올해 그룹 임원 송년회를 이 봉사활동으로 대신한 것이다. 한 회장은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그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2008년 이후 매년 11월 말부터 12월까지 연탄배달과 연말 나눔 활동을 다양하게 진행해 왔다.

신한금융그룹의 봉사활동은 한동우 회장이 내건 ‘따뜻한 금융’과 일맥상통한다. 2011년 9월부터 시작한 ‘따뜻한 금융’ 캠페인은 금융이라는 본업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뜻을 담았다. 올 2월에는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만들어 효율적인 지원체제를 갖췄다. 서민금융 지원사업을 비롯한 봉사·사회공헌 활동의 슬로건으로 ‘따뜻한 금융’이 자리를 잡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일회성 행사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구체적인 봉사활동은 계열사마다 상황에 맞는 아이디어로 특색 있게 진행한다.

신한은행은 임직원 600여 명이 2005년부터 크리스마스에 자매결연을 맺은 각 지역 복지관에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찾아간다. 아이들에게 카드와 깜짝선물을 전하는 ‘몰래 산타’ 활동을 위해서다. 신한카드는 12월 3일부터 24일까지 20일간 서울 명동 일대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성금 모금에 참여한다. 그냥 성금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이 직접 봉사자로 참여한다. 신한카드는 또 신한생명과 함께 서울·강원·영남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직접 연탄을 전달하는 ‘사랑의 연탄배달’ 활동을 매년 해오고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이승녕 중앙 선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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