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피임약, 성관계 후 72시간 내 복용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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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호 18면

12월은 유혹의 계절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 걱정에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이다. 이 약은 고용량 여성호르몬을 집중 투여해 임신을 막는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약을 먹어도 임신할 수 있다. 연말연시 올바른 피임약 복용법에 대해 알아봤다.

피임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응급피임약은 언제 복용하는지가 중요하다. 대개 수정란이 자궁 내막에 착상하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피임 효과를 얻는다. 자궁내막은 수정란이 착상했을 때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종의 ‘밭’이다. 착상 이후에는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 이미 임신이 됐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자궁내막에 착상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일. 늦어도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시간 내에 약을 먹어도 100% 피임을 확신할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 청소년성건강 위원회 최안나(산부인과 전문의) 위원은 “응급피임약의 평균 피임 성공률은 85%로 높지만 복용시점에 따라 약효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성관계 후 24시간 이내 복용했을 때 피임 실패율은 5%에 불과하지만 48시간 이내면 15%, 72시간이 지나면 42%로 실패율이 8배 이상 높아진다. 최 위원은 “생리가 예정일보다 5일 이상 늦어진다면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효도 성관계 한번에만 제한된다. 피임약 복용 후 또 성관계를 가졌다면 새로운 임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다시 약을 먹어야 임신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응급피임약을 습관적으로 매달 복용하면 여성 호르몬 불균형이 심해져 피임효과가 점점 떨어진다.

약을 먹은 후에도 주의해야 한다. 응급피임약에는 여성호르몬이 고농도로 농축돼 있다. 일반 피임약보다 10배 높다.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메스꺼움·구토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미 먹은 약을 토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만일 약을 먹은 지 3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다시 먹어야 한다.

간혹 약효를 높인다며 한번에 3~4알씩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최 위원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오히려 피임 효과가 떨어지고 몸도 망가진다”고 말했다.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안전하게 피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응급피임약보다는 일반 피임약을 활용한다. 난자의 성숙·배란을 억제해 임신 가능성을 낮춘다. 임신할 수 있는 환경을 없애는 식이다. 월경 첫날부터 복용하면 당일부터 피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안정적으로 피임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일주일은 지속적으로 먹는다. 중간에 약 복용을 잊으면 피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매일 피임약을 복용하면 99% 이상 피임에 성공할 수 있다.

당장 피임이 필요한데 월경 기간이 아니라면 피임약을 복용하면서 콘돔 등 다른 피임법을 병행한다. 이때 자연주기법·질외사정법은 피임 효과가 낮다. 월경 시작 후 5일이 지났다면 이미 난자가 성숙해 배란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엔 먹는 피임약으로는 임신을 막을 수 없다. 먹는 피임약은 배란일 이전에 배란을 억제해 임신을 막는다. 배란은 월경일을 기준으로 14일 이전에 나타난다.

최 위원은 “월경주기가 일정해도 신체 컨디션에 따라 배란일은 매번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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