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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질서재편의 돌파구 확대 모색하는 「아세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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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에카페 총회 계기>
월남휴전과 함께 뒤따른 미·중공간의 밀착, 일·중공간의 관계정상화 등 「아시아」에 있어서 새로운 관계의 형성은 필연적으로 기존의 질서를 와해 내지는 변화시켜 그간 동남아조약기구인 「시토」의 해체론이 대두하여 오는 9월에 결판날 예정이고 「아스팍」 역시 개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등 「아시아」지역의 협력기구가 진통을 겪고있는데 한편으로는 협력기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16일부터 「방콕」교외에서 5개국 외상회의가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제국연합) 이 그것이다. 개회식에서 「타놈」 태국수상은 동남아지역의 안보를 토의하기 위한 10개국 정상회담을 새로이 촉구하고있다. 11일부터 동경에서 열린 「에카페」총회는 중·소의 대립과 「아시아」안보라는 새로운 「아시아」 정세의 움직임을 투영해 주는 것이었다.
우선 「아시아」질서의 재편성과 연결되는 새로운 지역협력기구가 금번 「에카페」 총회에서 보여준 중공의 한국·월남·「크메르」에 대한 경직성 있는 태도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암시해주는 것이고 다른 한 움직임은 오히려 이와 같은 상황을 이용, 기존의 지역협력기구를 확대하여 전체적인 「아시아」지역협력기구로 발전 내지는 고정시키려는 의도의 태동이다.
기존인 지역협력기구의 하나인 「아세안」은 이제까지 한정된 5개국(「말레이지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의 소 지역 협력기구라고 볼 수 있었는데 최근 월남휴전, 미·중공간 관계개선, 일·중공 정상화 등 계속되는 「아시아」정세의 변화에 대처하려는 의사를 「에카페」총회를 계기로 표출시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확대가능성 타진>
구체적으로 새로운 「아시아」 협력체 창설을 주창하지는 않았지만 「에카페」개혁이라는 결의안을 내놓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아세안」의 확대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볼 수 있다.
즉 14일 「에카페」총회에서 「아세안」 회원국의 하나인 「필리핀」의 「키아슨」수석대표는 「에카페」 개혁결의안을 제안하여 「에카페」총회의 분위기는 고조되었는데 이것은 단지 인도 등 서「아시아」제국에 의해 주도권이 장악되어오던 「에카페」의 진로를 바꿔 보자는 속셈도 있으나 그 배후에는 「아시아」정세의 불안정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소의 심각한 대립이라는 엄연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소·중공 동의 필요>
즉 이번 「에카페」총회에서 소련이 그동안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진 「아시아」집단 안보체제를 주창함으로써 「아시아」지역에서 주도권을 잡아보고자 한 반면 중공은 이를 격렬히 비난함으로써 「아시아」의 협력기구는 이 두 나라의 묵인 내지는 동의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심증을 한층 굳혀주었다 .

<정치중립의 노선>
「아세안」은 일찍부터 즉 71년11월 외상회의에서 『평화·자유·중립선언』을 채택하여 군사적으로는 비동맹, 정치적으로는 중립노선을 견지해왔다.
따라서 「아세안」회원국들은 이번 「에카페」총회가 그들의 영역과 영향을 확인시키는 데에 더할 수 없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 사전에 「에카페」대책을 협의하였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니 말리크 강조>
「인도네시아」의 「말리크」 외상은 최근 『특정한 문제에 관해서 지역협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누누이 해왔고 『「아세안」은 소 지역의 협력기구나 공통의 이해를 갖는 소 지역들이 하나, 둘씩 묶어짐으로써 「아시아」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여 「아세안」이 범 「아시아」협력기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또 「에카페」총회에서 「필리핀」대표는 「에카페」안에 소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제안에서 『개발도상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 지역 제국의 결속에 의한 시장확대가 급선무』라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협력체제의 필요성을 주창하고있다.

<공통분모를 모색>
이처럼 이들 「아세안」가맹국이 표방하는 것은 비정치·비 군사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 조심스러운 것으로 「아시아」를 둘러싼 미·중공·소련·일본 등 새로운 노력관계를 의식하고 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통분모를 모색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것이다.

<미국입장은 유리>
현재 「아세안」은 월남월맹 「라오스」「크메르」「버마」 등 5개국을 참가시켜 기구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16일부터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확대회의는 앞으로의 「아세안」 진로와 확대구상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부각될지 점칠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닉슨·독트린」의 실천에 따른 동남아 전략에 「아세안」이 확대된다는 것은 「인도차이나」의 현상유지라는 관점에서도 유리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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