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미 거듭되는 「크메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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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명간 미국 정부의 중대단안이 내려질 것이라는 설이 끈질기게 나돌고 있는 가운데 「크메르」사태는 아직도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사실상 거의 완전포위 상태에 있는 「크메르」 수도 「프놈펜」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육로·수상 및 공로를 통한 입체적 호송작전이 급 「피치」를 올리고 있는 한편으로는 풍운이 급박한 「크메르」를 지원할 목적으로 월남군과 태국군의 파병설까지 나돌고 있다.

<시아누크와 협상반대>
식량·급수·전력·유류 사정이 최악의 상태에 있는 「프놈펜」을 떠나 태국으로 피난가는 일부 서방국가의 외교관 가족들의 모습은 「크메르」 정세의 암담함을 입증해 준다. 최근 「크메르」 등 「인도차이나」 국가들을 순방하고 「워싱턴」에 귀임한 「닉슨」 대통령 특사 「알렉산더·헤이그」대장을 맞아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회의를 소집, 「크메르」에 관한 긴급대책을 숙의하였으나 아직 구체적인 대응책은 알려지지 않았다.
「론·놀」 대통령이 최근 계엄령 선포 후 「크메르」의 전권을 장악하고 있으나 군사정세는 아직도 조금도 호전되지 않고 있어 이 나라의 군사력만으로는 현재의 「프놈펜」 포위상대를 풀 힘이 없다. 결국 「크메르」의 사활의 「키」는 미국 정부에서 쥐고있는 셈이다. 그러나 의회의 반발, 중공·소련과의 관계, 월남 휴전협정에 미치는 영향 등등의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미국으로서는 과격한 조치를 취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크메르」의 현 위기를 타개하는 데는 두 가지 방도가 있다. 첫째는 정치협상을 통한 방안이며 두 번째가 군사력을 통한 힘의 행사이다.
첫째 방안은 「론·놀」 정부와 공산세력의 정통적 지도자임을 자처하는 「시아누크」 전 국가주석과의 접촉 창구조차 마련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아누크가 「론·놀」 정권과의 어떤 정치협상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이의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노이」 폭격도 고려>
더욱이 「론·놀」 정부는 공산세력 내부에서의 「시아누크」의 존재를 전적으로 무시하면서 협상상대로 적색 「크메르」파 세력만을 인정하고 있으니 협상을 위한 정지작업에조차 착수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얼마 전 「시아누크」가 「크메르」 안의 적색지역에 잠입했다가 중공으로 귀환한 사실은 「프놈펜」 정부가 협상 상대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더해 주었다. 「시아누크」의 비밀여행의 진의가 어디 있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일부 관측통들은 「프놈펜」 정부에 대해 자기의 실력을 과시하려는 「시아누크」의 결의의 발로거나 그렇지 않으면 미국과 소련을 견제하려는 중공의 고등전략이라고 풀이했다.
다음으로 군사력을 통한 방법은 현 여건 하에서는 첫째 방안보다 더욱 신축성이 있으나 이 또한 구체적 선택에 이르자면 숱한 난관이 가로놓여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는 월남군이나 태국군 또는 두 나라 군대를 동시에 파병케 하는 안과 미국 공군의 지원을 최대한으로 강화하는 안 및 대월맹 압력의 수단으로 「하노이」를 폭격하는 안에 이어 중공·소련의 협조를 모색하는 안이 있다.
월남군 파병은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것이나 무서운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파리」 휴전협정이 사문화 되려는 경향이 농후하며 월남이 휴전을 위반하고 있다고 공산측이 비난을 일삼고 있는 이 판국에 월남군의 파병은 월남사태를 휴전협정 이전의 상태로 후퇴시킬지도 모를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공·소 협조 요청 안도>
월남 정부는 「프놈펜」 정권이 만일 붕괴하는 날엔 그 충격파가 즉각 「사이공」에 미칠 것을 우려하여 「크메르」 파병에 내심 별로 반대하고 있지 않으나 월남 사태의 악화를 두려워 적극적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상태에 있다. 태국군 파병도 「크메르」로부터의 외국군의 철수를 규정하고 있는 「파리」 협정에 저촉되어 실현에는 문제가 많다. 미국 공군의 지원을 최대한으로 강화하는 안은 효과적이긴 하나 미국 의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크메르」 사태가 이 지경으로 악화한 큰 요인의 하나는 약 5만명에 달하는 월맹군의 활동강화에 있는 만큼 「하노이」를 폭격한다면 프놈펜의 포위를 푸는 지름길이 되겠으나 미국의 여론과 세계의 여론을 도외시 할 수 없어 채택하기엔 어려운 안이다.
중공·소련의 협조를 얻어 이 두 나라로 하여금 월맹에 자제를 종용하도록 하는 안은 일단 가장 안전한 안이나 효과가 나타나자면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흠이 있다.

<키신저·레둑토 회동설>
일부에서는 「크메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또 한 차례의 「키신저」, 「레·둑·토」 비밀협상이 필요하며 그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베를린」 대공수 작전시 「프놈펜」 공수작전과 「콤퐁솜」∼「프놈펜」간 육로수송 작전 및 「콤퐁솜」항을 떠난 호송보급선단의 해상수송작전의 부분적 성공으로 「프놈펜」은 극악의 위기에서는 약간 벗어났으나 아직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지경에 있다고 「헤이그」는 「크메르」 방문 중 「론·놀」에게 「시리크·마타크」 전 부수상을 재기용하여 국민의 지지기반을 넓히도록 요청하고 만일 미국의 이런 건의를 묵살할 경우 군경원조를 중단할지도 모른다고 압력을 가했다는 설이 떠돌았다. 그러나 「론·놀」은 아직까지 「마타크」 기용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닉슨」 대통령은 의회의 압력, 제3차 월남전쟁의 위험요소 때문에 단안을 하루하루 미루어 오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프놈펜」을 공산주의자들에게 내어주는 것 같은 사태가 오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크메르」사태는 월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그 해결 방안을 찾기가 더욱 어렵게 되고 있다. <신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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