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권 문제 반박 보류 한국대표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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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경=박동순 특파원】11일부터 동경에서 열리고 있는 「에카페」총회에서 처음으로 참가한 중공 수석대표 안치원이 12일 상오 기조연설에서 소련이 구상하고 있는 「아시아」집단안보 문제를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한편 「크메르」·월남·한국 등의 「에카페」참석을 비난, 「에카페」구성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함으로써 경제적 모임인 「에카페」에 정치를 도입, 총회에 큰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중공은 「크메르」대표의 기조연설이 있기 직전에 전부 퇴장하였는데 앞으로 있을 월남과 한국 대표의 기조연설에서도 퇴장할 것인가 하는 기자질문에 『모든 것은 연설에서 지적한 대로』라고 밝혔다.
이러한 중공 측의 정치발길과 움직임으로 「에카페」총 회장은 정치적 논쟁장으로 바뀔 우려를 낳고 있는데 「오오히라」일본 외상은 이미 기조연설을 통해 「에카페」가 정치적 분쟁의 장소가 되거나 남북대결장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총회가 더 이상 정치적 논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각국 대표들에게 협력해 줄 것을 호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중공의 연설은 『경제를 다루는 자리에서도 정치를 잊지 않는 중공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해 주는 것』(조일신문)인데 주목할 것은 대표권 분규에 이의를 제기한 발언의 대상이 된 「크메르」·월남 및 한국에 대한 표현의 강도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중공 대표가 가장 격렬하게 비난한 것은 「크메르」로서 소위 「시아누크」가 이끄는 「캄보디아」망명 정부만이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규정하고 「론·놀」정부 대표권은 불법적(illegal)이라고 말했다. 한편 월남에 대해서는 정도가 덜하나 『월남에 관한 「파리」협정은 월남에 존재하는 두 개의 정부 즉 「사이공」정부와 임시혁명정부를 사실상 승인하고 있다. 따라서 「사이공」정부만이 「에카페」를 일방적으로 대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not appropriate)』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남북간의 자주적 평화통일 원칙이 합의된 상황하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에카페」를 대표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비정상적(unreasonable and abnormal)』이라고 지적, 가장 온건한 표현을 쓰고 있다.
한편 한·미 양국대표단은 중공발언을 검토한 결과 중공의 한국대표권에 대한 표현이 예상보다 온건한 것으로 보고 즉석 반박을 보류하고 김 외무장관이 13일 도착한 후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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