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질서 속의 「아시아」번영 위한 협력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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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에카페」(국연 아시아 극동 경제위) 제29회 총회가 11일부터 2주일간 동경에서 열린다. 이번 총회엔 36개국으로부터 약 5백명의 대표가 참석, ①국연 제2개발10년(71∼80년)에 있어서 지역경제협력 ②천연자원개발 ③인간환경 및 사회자본의 정비 ④인구·식량문제 ⑤개발 「프로젝트」추진문제 등의 의제를 토의한다.
「에카페」는 47년 3월 「아시아」극동지역의 전후 경제부흥을 추진하기 위해 국연경제 사회이사회의 산하기구로서 발족되었으나 그후 확대 발전되어 이젠「아시아」지역협력의 추진모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2차대전 후 독립을 얻었다고 하나 실질적인 경제 예속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제국의 구심기구인 것이다.
그동안 「에카페」사무국이 중심이 되어 「아시아」지역의 공동난제인 빈곤과 저개발을 극복하기 위한 상호협력의 지혜를 짜기도 하고 또 「못 가진 나라」의 주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아시아」개발은행도 「에카페」를 주축으로 발족했으며 현재 「아시아」청산동맹도 태동 중에 있다.
이번 「에카페」동경총회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월남휴전 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회의라는 점과 중공이 처음 참가한다는 것.
중공의 「유엔」가입·월남휴전 또 「아스팍」의 사실상 붕괴 등으로 「아시아」에 있어서 어떤 새 질서가 모색되고 있는 이때 「아시아의 국연」이라 할 수 있는 「에카페」총회는 그만큼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총회를 통해 월남부흥계획 등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공의 「에카페」참가는 역내제국에 정치·경제 양면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벌써부터 참가 각국은 중공이 이번 총회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크게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대륙붕 개발문제로 중공 쪽에 먼저 청신호를 보낸 후인만큼 더욱 그렇다.
중공의 참가는 「아시아」제국의 개발전략 면에서도 미치는 바 영향이 클 것이다. 그동안 「아시아」제국은 공업화를 통한 경제개발을 서둘러 왔는데 이것이 모든 나라에 적중한 전략이었다고는 볼 수 없다.
「아시아」제국은 그 동안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농업 우선에 의해 어느 정도의 자급경제를 이룩한 중공의 개발전략이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에카페」지역에 있어 인구폭발과 식량난은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에카페」지역의 인구는 세계의 55%인데 반해 면적은 23%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농업 생산성이 낮고 증산이 침체상태에 빠져 제2차 개발 10년 기간 중엔 1차 때보다 더 어려운 식량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에카페」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동경총회의 초점은 새로운 「아시아」시대를 맞아 「아시아」제국이 상호발전과 번영을 위해 서로 어떻게 협력하고 또 최선의 개발전략을 마련할 것인가에 쏠릴 것이다. 따라서 역내제국이 갖고 있는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 또 「남북」간의 불평등 교역의 시정 방안 등이 모색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시아」동맹, 「아시아」미곡기금 등의 창설에 관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예상된다.
또 「에카페」가 그동안 주도해 온 「메콩」강 개발, 「아시아」고속도로, 「아시아」통신망 등 3대 숙원사업에 대한 효과적인 「스피드업」방안이 협의될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추진을 위해선 역시 선진제국의 자금과 기술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엔 특히 일본의 역할증대가 더욱 강력히 요청될 것 같다.
일본은 이번 총회에서 「엥」경제권 형성을 위한 「아시아」준비은행(ARB), 청산동맹(ACU) 설치안과 농업개발 윈조 등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이번 총회에 김용식 외무장관을 수석으로 하는 14명의 대표단 파견, 국제통화 및 무역협상에 있어서 역내개발도상국의 공동보조를 제의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새로운 역내지역협력에 관한 광범한 의견 교환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이번 총회에 전에 없이 강력한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은 중공의 참가와 「에카페」의 체질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의한 정치적인 포석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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