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 노동력 수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 참의원 예결위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도일 한국 연수생(간호 보조원) 혹사문제는 일본관계자의 비인도적 태도와 함께 한국간호 연수당국자의 비행이 개재되어 있지나않나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경향을 막론하고 늘어나고 있는 간호보조원 양성소 일부가 외국에 가기를 희망하는 소녀들의 희생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비난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본 병원 당국이 연수생을 받아들이면서도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혹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통탄스러운 일이다.
일본의 경제계는 노동력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어 연수생 모집이라는 명목 하에 많은 외국인을 초빙해 데려가서는 일본 근로자의 반액도 안 되는 노임을 지불하면서 혹사하고 있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일본에서 고교를 갓 나온 여성들에게는 초봉 5만「엥」을 주면서도 한국에서 건너간 간호 보조원에게는 기껏해야 2만「엥」대의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선 비인도적이라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이것은 비단 간호보조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에도 강원도에서 봉제기술을 배우러 갔던 한국 여성들이 기술은 배워주려 하지 않고 값싼 노동자로 혹사당하여 강원도와 기타 당국에 진정, 문제된 일이 있었고, 농업연수생이나 공업연수생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어떤 나라이건, 타국에서 데려간 기술연수생을 이처럼 부족한 노동력 보충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면 언어도단이라 할 수밖에 없다. 연수생으로 받아들인 이상 과학·기술의 전달이 위주가 되어야 할 것임은 더 말할 여지도 없다. 그런데도 과학·기술의 전달이 가능한 직장에서는 연수생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력이 부족한 직장, 또는 일본 근로자들이 취업하기를 꺼리는 직종에 종사시키기 위하여 타국인을 연수생이란 명목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값싼 노동력을 도입하기 위한 일종의 사기행위로 규탄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그 밖의 몇몇 나라에서도 개발도상국가 국민의 기술 수준의 향상이라는 우호적이고, 인도적인 입장에서만 유학생이나 연수생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자기나라 사람들이 별로 원치 않는 「X·레이」기술자들을 외국에서 받아들이고 있고, 독일도 독일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탄광노무자나 간호보조원을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은 다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는 동일직종에 있는 한 국적에 따라 임금차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불만은 없으며 오히려 돈을 벌어들이기 위하여 해외진출을 환영하고 있는 터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일본인들이 싫어하는 일을 시키면서, 또 아침 8시부터 새벽 6시까지 22시간의 계속 근무를 하게 하면서도 최저 임금이하의 노임을 주어 외국인을 착취하고 있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또 이러한 악조건임을 알면서도 연수라는 명목으로 취업을 알선하고있는 우리 나라 관계고도 규탄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나라의 현지 대사관직원이나 노무관들은 일본서 무엇을 하고 있길래 일본 참의원에서 문제가 되어야만 관심을 표명하는지도 한심스럽다.
기술 연수생, 특히 이번에 말썽이 난 간호 보조원의 일본 파유에는 보사부의 추천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의 연수 과정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감독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앞으로 간호 보조원의 해외 파유에 있어서는 연수 조건을 잘 검토한 다음에 추천할 것이요, 그 조건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 실태 파악을 해외에 근무하고 있는 노무관들에게 철저히 하드록 독려해 주기 바란다. 우리의 자녀들이 일본에서 값싼 노무자로 전락한 전철을 다시는 밟게 해서는 안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