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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사망자만 9명 국도 29호선 어떻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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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7일 0시50분쯤 전남 화순군 춘양면 국도 29호선 용두터널 앞 300m 지점. 보성에서 화순 쪽으로 향하던 K5 차량이 굉음을 내며 도로가의 연석과 중앙분리대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차량은 분리대에 부딪히고도 몇 바퀴를 더 돈 뒤 반대편 차로 가드레일을 또 한 번 들이받고 멈췄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김모(31)씨와 문모(15)양 등 4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과속으로 터널을 빠져 나온 차량이 급커브 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9일 오후 6시20분쯤 용두터널에서 13㎞ 떨어진 이양면 매정리 쌍봉교차로 앞. 굵은 빗줄기 속에 25t짜리 트럭과 쏘울 승용차, 구급차가 연쇄 충돌했다. 구급차와 트럭 사이에 낀 쏘울 승용차는 화재로 전소돼 정모(45)씨 등 일가족 5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쏘울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간 뒤 마주 달려오는 트럭·구급차와 잇따라 부딪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지점은 도로가 합류되는 교차로여서 중앙분리대가 없었다.

 국도 29호선 중 화순 지역을 지나는 구간이 ‘공포의 도로’로 등장했다. 최근 한 달 새 교통사고로 9명이 사망하면서 운전자 사이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문제의 도로는 국도 29호선 화순 이양∼능주 16.5㎞ 구간이다.

 이 구간은 2010년 교통 흐름을 개선하고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기존 왕복 2차로를 4차로로 확장했다. 도로가 좁아 2007년 3월 차량 28대가 연쇄추돌할 정도로 사고가 잦자 도로를 넓힌 것이다. 전남 보성군과 충남 서산시를 연결하는 국도 29호선은 명절이나 연휴 때면 301㎞ 구간 전체가 몸살을 앓을 정도로 차량이 밀리는 혼잡도로다.

 하지만 도로가 확장되면서 대형 사고 위험성이 오히려 커졌다. 교통 체증이 사라지자 무분별하게 과속을 하는 운전자가 많아진 때문이다. 해당 구간의 과속차량을 단속할 무인 카메라는 상·하행선에 각각 1대씩만 설치돼 있다. 운전자 송만기(47)씨는 “ 오가는 차량이 적고 카메라도 없는 탓인지 고속도로처럼 내달리는 운전자가 많다”고 말했다.

 열악한 도로 안전시설물도 대형 사고를 부른 요인으로 꼽힌다. 사고 구간은 군데군데 중앙분리대가 끊기고 신호등과 경광등, 경고 표지판 등 안전시설이 미흡한 곳이다. 17일 사고가 난 용두터널 앞 도로는 차량이 첫 충돌한 지점에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지 않 다. 신호등은 장흥~화순 구간 중 쌍봉교차로 앞에만 유일하게 설치돼 있다.

 경찰은 대대적인 도로환경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화순경찰서는 용두터널 앞 급커브 지점에 과속 단속카메라를 설치키로 했다. 중앙분리대는 중간에 단절된 곳을 모두 연결하고, 플라스틱으로 된 것은 모두 철제로 바꾼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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