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자세히 봐 주세요 나는 달이 아니에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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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진은 자아를 확장하는 통로다. 이성윤(가명)군의 ‘나는 달이 아니에요’도 그렇다. [사진 두산그룹]

성윤이(15·가명)는 보육원 출신이다. 사람들이 그것만으로 자신을 판단하려 드는 게 싫다. 지난 8개월간 수도권 곳곳을 탐방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 중 하나는 초승달 비슷한 사진이다.

 그는 사진 옆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달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나를 보면 전부 다 달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나는 달이 아니라 검은 방 안에 있는 달 모양의 구멍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본 것만으로 나를 보고 달이라고 판단합니다. 나를 자세히 봐 주세요. 나는 달이 아니에요.”

 청소년 사진전 ‘시간여행자 사진관’이 19일 개막, 30일까지 서울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중고생 97명이 지난 8개월간 찍은 사진 중 400여 점을 추리고, 간략한 에세이도 붙였다. 참가자 80%가 새터민·한부모가정·차상위계층 출신이다.

 배병우·김중만 사진가, 무용가 안은미, 성균관대 안대회(한문학) 교수, 건국대 신병주(사학) 교수, 서울대 양병이(환경대학원) 교수 등이 멘토로 참여했다. 사진수업뿐 아니라 역사탐방, 봉사활동 등도 진행했다. 청소년들이 환경의 제약을 극복하고 사진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성찰하고 이상을 확장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02-736-1020.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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