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에 몰리는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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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식을 사들이는데 돈이 몰려들고 있다. 올해 들어 7개회사에서 주식을 공모하거나 보충해서 14억6천6백 만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나 투자수요는 아주 왕성했었다.
주식공모가 있을 때마다 평균 10배에 가까운 제약이 몰려들어 그 동안 동원된 자금의 누계는 1백26억원을 상회한다는 것.
청약증거금으로 납부된 돈만 공모액의 2.6배인 38억6천 만원을 넘어섰다. 그래서 1백 만원 어치 청약을 해도 실제 돌아오는 몫은 10만원 어치가 되기 힘들다.
배정 주식대금이 청약증거금으로 납부한 금액보다 적어 환불받기 일쑤.
이 때문에 골탕 먹는 투자자들은 공모주의 투자가치에 회의를 표시하고 있다. 살 수 있는 주식량이 너무 적어 투자대상으로 별 의의가 없다는 것.
공모주의 모집 주선을 맡고있는 투공측은 이러한 투자자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제안제도까지 실시하고 있으나 기업공개를 촉진, 공급량을 늘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이처럼 공모주에 대한 투자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기의 퇴조, 금리 인하로 투자대상을 잃은 대기성 자금이 증권 발행시장으로 몰리기 때문.
72년에는 사채발행과 증시 상장 주식이 이들의 투자 수요를 일부 채워 주었으나 8·3조치로 기업자산 상태가 호전됨에 따라 사채발행의 필요가 줄어들었고 상장주식도 시세가 너무 올라 투자 대상으로 적합치 않게 되자 공모주가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각광을 받게 된 셈이다.
이밖에 공모주는 ▲증권시장의 기상장 주식이 대부분 액면가를 상회하는데 비해 액면가로 살 수 있다는 점과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에도 증시의 여건으로 보아 모집가를 넘는 시세가 형성되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자산재평가 차익의 자본수입을 유보한 채 공개하기 때문에 무상주배당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등이 투자의 매력을 끌고있다.
또 일부 기업은 은행금리보다 높은 연15%의 배상을 보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현상을 미루어 앞으로 정부가 서두르는 재벌급 대기업의 주식공개는 예상외로 소화가 빨라질 전망이며 이에 대비한 자금이 몰려있어 증시의 침체 현상까지 빚고있는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의 투자「붐」은 몇 가지 문젯점을 안고 있다.
첫째, 공개기업 중에는 배당 실적이 전혀 없거나 적자를 내고있는 회사도 있는데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로 기업 내용이나 전망을 알고 있느냐는 것.
현재 기업에 대한 평가는 회사측이 제시하는 사업설명서나 재무제표에 의존하고 있는데 회수 불가능한 외상지출금의 자산 전입, 외환차입의 부계상 등으로 장부상의 자산상태와 실제 자산상태가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프리미엄」부 주식 발행도 이런 의미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둘째, 우량주의 경쟁율이 높아 안분 비례로 배정 받은 주식이 최소 거래단위에 미달되기 때문에 주식의 환금성이 상실되고 투자대상으로서의 의의를 잃어버린다는 점.
세째, 발행시장 중심으로 자금이 몰려 유통시장의 침체를 초래한다는 것. 이미 증권시장은 공모주「붐」에 밀려 침체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주식투자가 대중 투자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은 유통시장을 전제로 하는 만큼 유통시장의 균형적 발전이 있어야한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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