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매점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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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을 속칭「일본주식회사」라고도 한다. 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허먼·칸」도 『Japan,Inc』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경제 동물」로 비유되는 일본국민 개개인을 주주로 보는 풍자이다.
요즘 그 주식회사에「매점」이라는 전문(?)명칭이 또 하나 붙게 되었다. 본사「도오꾜」특파원의「일본 매점 주식회사」라는「르포르타지」는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장사가 될 법한 것은 무엇이나 사들이는 일본인의 상혼은 실로「쇼킹」하다. 공사를 분별할 것 없이 그 상혼은 종횡무진으로 구사되고 있다.
우선 일본의 상사들은 작년부터 열심히 원목을 수입하고 있다. 세계의 각국이 자연자원보호에 눈을 뜨는 듯 싶으니까 지체없이 그들은 주판을 놓은 것이다. 일본은 유수한 산림국으로 목재의 자급자족이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하나의 장삿속으로 원목을 사들이려는 것이다. 그런 현상은 일본 국내에서도 역시 일어나고 있어, 목재 값은 제물에 몇 배씩이나 올랐다고 한다.
최근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생사 및 모사 파동도 그 진원지는 일본이다. 국제시세가 오를 기미를 보이자 그들은 재빠르게 매점에 나섰다. 면사·면포도 역시 일본상사들의 매점 소동으로 진귀품이 되었다. 일본의 병원들은「가제」(붕대)가 부족해 전시를 방불케 하는 형편이 되었다고 한다. 그 여파는 우리 나라에까지 미쳐「러넝·샤쓰」도 마음대로 입기 힘들게 되었다.
이제 일본 매점 주식회사는 원유 수입에 몰두할 차례다. 이른바「에너지 위기설」은 이들에겐 더 없이 심각한 일이다. 일본은 40일 분의 석유밖엔 비축하고 있지 않다.
이런「매점」현상은 시민의 일상생활에서도 볼 수 있다. 순금 고화의 모조품을 사려고 줄을 지어있는가 하면, 고송총의 고려인 벽화를 도안한 우표가 삽시간에 매진되었다. 어느 중학생은 우표를 사는 동기를『곧 값이 오를 테니…』라고 간단히 말한다.
그런 현상은 화상들에게도 번져있다. 일본인들은 인명 사전을 들고 백화점으로 몰려들어 유명화가의 그림들을 모조리 사 들인다.
역시 도자기도 마찬가지이다. 고서·각종 미술품·귀금속 등도 매점 품목이다. 과연 그것은 문화의식의 발동일까. 만일 이들의 값이 폭락한다면 그런 현상은 잠잠해질 것을 생각하면「아이러니컬」하다.
필경, 일본인와 심저엔 패전을 체험한「섬사람」의「콤플렉스」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보면 이들이 오늘의 번영을 누리게된 것은 그 뼈아픈 역사적 체험을 교훈과 자성으로 받아들인 자세에도 있다. 우리가 한편으로 부러우면서도, 고소를 짓게 되는 것은 그들의 그런 속마음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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