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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법원 판사 6인의 「프로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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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관 생활 25년…강직하고 꼼꼼 임항준 씨>
대구고법원장에서 대법원 판사로 승진한 임항준 판사는 3명의 현직 고법원장 가운데 가장 운이 좋은 사법부의 중진으로 손꼽히고 있다.
기세훈 서울고법원장이 재임명에서 제외되고 이재왕 광주고법원장이 정년 퇴직했으나 임 판사는 영예의 대법원 판사로 승진한 것이다. 46년 사법요원양성소 시험에 합격, 48년 당시 대전 심리원 심판관으로 사법부에 발을 들여놓은 뒤 25년 동안의 법원 주류 속에서 순조로이 승진, 이제 정상에 오른 것이다.
서울지법, 광주고법, 서울고법 판사를 거친 후 10여년 동안 전주, 대구, 서울 형사지법에서 사법행정의 경륜을 쌓다가 4년 전에 대구고법원장으로 승진했다. 강직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평소 「법관의 자세」에 깊은 관심을 가져 71년에는 대구고법 산하에서 일기 시작한 사법의 정풍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충남 대전 출신인 임 판사는 기독교인으로 독서가 취미. 55세

<학구열 대단한 「만능의 법조인」 이병호씨>
이병호 대법원 판사는 판사·검사·변호사·법률학 교수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는 「만능 법조인」으로 알려졌다.
68년 민복기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이끌게 되면서 재야 생활을 하직한 이 판사는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기용, 3년 동안 사법부의 살림을 보살피다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됐었다.
일본 중앙대를 졸업, 43년 일본 고문 사법과에 합격한 후 서울지법 판사(48년)로 출발했으나 51년 법무부 법무과장으로 전직했다가 서울고법 판사(57년)로 「컴백」한 후 또 다시 검찰로 발을 옮겨 법무부 행정국장·대구고검 차장을 역임했다.
외유내강형의 이 판사는 학구열이 강해 동국대 교수와 서울대 사법대학원 강사로 있으면 서 후진을 지도하는데 공적을 쌓기도 했다. 사법연수원을 실질적으로 운용하면서도 전국 각급 법원의 중형을 비교 분석하는 등 사법의 발전에 정열을 아끼지 않았다. 취미는「골프」. 57세

<명쾌한 법 해석…간결한 판결 이일규 씨>
대법원 판사로의 승진「코스」인 고법원장을 거치지 않고 지법원장(대구)에서 한 단계를 뛰어 영예를 차지한 이일규 판사는 평소 명쾌한 법 해석과 간결한 판결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48년 변시 2회에 합격, 잠시 재야법조계에서 활약하다 통영지원 판사(51년)로 「스타트」한 이래 줄곧 지방에서 지냈으나 대법원 판사들과 재경 법조인들이 이 판사의 면모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름이 알려졌다. 이 판사의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파기되는 일이 가장 적은 것으로 손꼽히며 법 해석에 일단 소신이 서면 대법원 판례에 개의치 않아 판례를 바꾸는데도 일인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경북 대구 출신으로 23년의 법관생활 중 10여 년을 대구 고법판사, 대구지법 부장판사, 대구고법 부장판사, 대구지법원장 등을 역임, 사법부의 대구 통으로 손꼽힌다. 일본 관서대 전문부를 나온 이 판사는 여가를 독서로 보낸다. 53세

<재판 실무와 행정 능력을 겸비 김윤행 씨>
법원행정처 차장에서 중간 단계를 뛰어 대법원 판사가 된 김윤행 판사는 재판실무와 행정 능력을 겸비한 실력파로 꼽히고 있다.
온후한 성품이면서도 꼼꼼하고 치밀한 근무 자세로 웃사람의 인정을 받고 부하직원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법조인들의 평.
71년 사법파동을 마무리 지으려는 중요한 시점에서 춘천지법 원장으로 있다가 사법부의 살림을 맡아보게 된 것도 김 판사의 온후한 성품과 행정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전국 법관의 인사안을 짜기 위해 며칠 동안을 야근하면서도 자신의 승진을 기뻐할 겨를이 없이 재임명에서 제외되는 법관들의 걱정으로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우울한 표정.
경성법학 전문을 졸업, 48년 변시 2회에 합격한 후 50년 서울지법 판사로 출발, 부산·서울지법 부장판사·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23년 동안 법관 생활을 해왔다. 충남 예산 출신. 53세

<3단계나 뛴 법조계의 기린아 안병수 씨>
이번 인사에서 지법원장·고법원장을 거치지 않고 서울고법 부장판사에서 3단계를 뛰는 최고의 영예를 차지한 안병수 대법원 판사는 법조계의 기린아로 선망의 대상이 됐다.
주재황 대법원 판사가 서울민사지법 원장에서 고법원장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 판사로 발탁된 일이 있으나 고법부장 판사에서 일약 대법원 판사로 대폭 승진한「케이스」는 안 판사의 경우가 처음으로 앞으로 위계질서를 지켜온 사법부의 변질을 고해준 것.
서울법대를 나온 안 판사는 48년 2회 변시에 합격, 51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한 후 서 울고법 판사·서울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법관으로는 비교적 애주가로 손꼽히는 소탈한 성품이지만 공정한 판결과 뛰어난 법 해석으로 실력을 높이 평가받아왔다.
경남 함안 출신인 안 판사는 바쁜 재판일정 때문에 사건 기록을 집으로 가져가 면밀한 검토를 잘 하는 성실파라는 소문이 나 있었다. 53세

<재야서 기용된 유일한 케이스 한환진씨>
한환진 대법원 판사는 새로 임명된 6명의 대법원 판사중 재야 법조계에서 기용된 유일한 「케이스」.
평남 평원출신인 한 판사는 일본 경도 제대를 졸업, 42년 일본고문 사법과에 합격한 법조계의 수재로 알려졌다.
45년 평양지법 판사로 출발, 서울고법 판사·부장 판사를 거쳐 58년 대구지법 원장을 역임했다.
6·25당시 서울 수복 때까지 서울 고법의 유일한 부장판사로 재직, 사건을 처리했고 제1차 정치파동 때는 수석 관선변호인이 되었다.
61년 제야 법조계로 발을 옮긴 후 지금까지 중앙선관 위원·사법고시 위원·국제 법률가 협회장 등으로 활약했다.
한 판사는 법 해석에 뛰어난 실력을 발휘, 재야 법조인으로 있을 때 국가상대의 소송을 거뜬히 이겨내 소송 수행자인 검찰을 당황하게 했다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5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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