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NA 이중나선 규명 50돌…왓슨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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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올해는 유전물질인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밝혀진 지 50주년이다. 때문에 세계 과학계의 이목은 당시 DNA의 구조 해석을 주도했던 제임스 왓슨(75) 미국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장에게 쏠려 있다.

이에 본지는 왓슨 소장으로부터 연구 결과 발표 당시의 상황과 생명과학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당초 대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3백건 이상의 인터뷰 일정이 밀려 있어 e-메일로 대신했다.(편집자)

-1953년 4월 25일 '네이처'지에 논문이 발표되기까지 어떤 심정이었나.

"바로 50년 전인 3월 크릭과 나는 DNA의 마지막 퍼즐을 풀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간단하고 명쾌한 구조여서 오히려 걱정이 됐다. 그러나 유전자가 어떻게 복제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구조였기에 자신이 있었다. 이후 런던 킹스 대학의 모리스 윌킨스와 로절린 프랭클린이 우리의 모델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에 행복을 느꼈다. 당시 25세이던 나는 록그룹의 뒤를 쫓아다니는 여성팬들이 내 뒤에도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

-공동 연구자였던 프랜시스 크릭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비록 우리의 일터가 대서양(콜드스프링하버)과 태평양(소크연구소)으로 갈라져 있지만 근래에도 계속 연락을 나누고 있다. 불행히도 프랜시스는 건강 때문에 지난달 콜드스프링하버에서 열린 'DNA 생물학' 미팅과 월도프 아스토리아에서 치러진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미리 녹음된 메시지를 보내왔을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모두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콜드스프링하버에 온 뒤로 어떤 연구를 해왔나.

"68년 이곳의 디렉터로 일하기 위해 콜드스프링하버에 도착했다. 그때 나는 연구의 초점을 암으로 돌리기로 결심했다. 현재 나는 콜드스프링하버의 소장이다. 미국 내에서 기초 암 연구 시설을 갖춘 8곳의 국립암연구소 가운데 하나다. 알다시피 우리는 거대한 족적을 남겨왔다. 지난 가을에는 유방암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DBC2 유전자를 분리해냈다. 또 우리는 신경과학.식물유전학.생물정보학.지놈학에서 성공적인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해달라.

"88년부터 92년까지 인간 지놈 프로젝트의 첫 지휘자였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지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중요성은 더욱 명확해졌다. 질병과 관련해 특히 암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한다면, 인간 지놈 프로젝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이번 봄에 인간 지놈의 염기서열을 담은 최종본 출간을 준비 중인데, 그 여파는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정신질환과 암에 시달리고 있어 그리 행복하지는 않다."

-생명과학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콜드스프링하버에 온 뒤 나의 목표는 암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가 그 문을 열었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규명되고 이해돼야 할 유전자가 여전히 많다. 그러나 지놈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단순 학문에서 임상으로 점차 이전하고 있다는 점에 위안을 얻는다. 내가 10년을 더 산다면 아마 암이 정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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