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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고분의 발굴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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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라의 고도 경주에서도 고분들이 가장 밀집해 있는 황남동 일대 고분군 지역 4만여평을 고분공원으로 꾸미기 위한 거창한 발굴공사가 21일부터 진행 중에 있다.
신라 13대 미추왕능이 있을뿐더러 두드러진 봉분을 가진 고분 18기가 촘촘히 들어서 있고 경주 김씨의 시조를 모신 숭혜전이 연이어 있다. 그중 봉분이 가장 큰 98호 분은 발굴해서 내부의 구조를 공개 관람할 수 있게 하고, 부장품 등 유물의 출토 상황도 원상대로 전시하려는 것이 공사의 목적이다.
고분공원계획은 실은 71년부터 착수된 경주관광 종합개발10개년 계획에 따라 추진되온 것이며, 불국사 복원에 이어 벌이는 두 번째의 대대적인 공사이다. 그러나 정부 주도하에 계획적인 고분 발굴공사를 벌이는 것은 건국이래 처음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관심을 모을 만 하다.
정부는 5억원의 재정을 투입하리라 하는데, 경주 전체가 하나의 고분공원임에도 따로 특정구역을 실정하게된 것은 도심의 황남동 고분군이 자그마한 민가들로 어지럽혀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미화와 아울러 표본적인 대 고분을 발굴, 내부 구조와 부장품을 공개 전시함으로써 교육적·학술적 재료를 제공하는 한편 관광자원을 삼자는데 보다 중요한 의도가 있다.
황남동 고분들은 대체로 통일신라 이전의 4세기를 전후한 적석목곽총으로 추정되고 있다. 70여기의 대소 고분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18기만이 봉토를 뚜렷하게 가졌고 그나마 대부분이 도굴 파괴돼 10기 정도만이 원상대로 보존돼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98호 분도 그 하나로 추정되고 있는데, 적석결구가 무너졌느냐 또는 석실을 고스란히 온존하고 있느냐에 따라 부장품의 상황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98호 분은 경주에 현존하는 고분 가운데 봉황대 다음으로 대규모의 봉분을 드러내고 있다. 그 높이 22m요, 둘레가 3백여m. 그 이웃에 미추왕릉이 있듯이 이 고분도 어느 모로 보나 왕릉일 것이라는 추정이다. 사실 신라 46대 왕조에서 그 무덤이 확증 내지 추정된 왕릉은 30기뿐이고 나머지 15기 이상의 왕릉이 불분명한 채 있다.
왕릉으로 확인된 고분이 공식 발굴된 예는 아직 없으며 원형보존의 문화재보존 원칙에서 보면 왕릉일수록 함부로 발굴치 않는 게 상례이다. 그러니 만큼 이번 98호 분의 발굴은 매우 주목되며 발굴 당사자들도 신중하게 작업할 것을 거듭 당부하고 싶다. 앞서 공주의 무령왕릉 발굴 때와 같이 성급하게 유물에만 눈을 두거나 뒷 매듭을 아직도 못 짓고 있는, 그러한 발굴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천년의 고도 경주를 관광 개발하기 위한 공사는 이밖에도 지난3년 동안 무열왕릉지구·오릉 지구·황룡사 지구 등이 부분적으로 단장되었는데 역시 개운찮은 후문이 없지 않았다. 앞으로 월지 지구·낭산 지구·괘릉 지구·남산 지구· 명활산성 지구·금강산 지구·문무대왕릉 지구 등에 모든 지역에 걸쳐 오는 80년까지 모든 유적을 단계적으로 손질할 계획인바, 이번 황남동 고분군공사를 계기로 하여 보다 근본적이고 치밀한 천년 고도의 조사·보호책이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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