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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대책 없는「급성 연료 난」|새 산림 법 발효...단속 본격화된 농·어촌의 실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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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농어촌이 극심한 땔감홍역을 치르고있다. 19일부터 발효, 시행된 개정산림 법에 따라 낙엽채취가 금지되고 단속이 심해지면서 땔감을 산에 기대오던 대부분의 농촌주민들은 하루아침에 땔감 얻는 길이 막혀버린 꼴이 됐다.
특히 벽지·도서지방의 주민들은 연탄 등 대체연료마저 얻기가 당장 어렵게 돼 단속만을 앞세운 성급한 당국의 시책으로 수많은 농어촌주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
내무부는 치산녹화10년 계획에 따른 연료대책으로 ▲마을단위의 공동연료림 조성 ▲수숫대 등 농업부산물의 연료화 계획 등 단기대책과 ▲탄계(탄계)연료공급 확대 ▲「메탄·개스」시설확충 ▲아궁이 및 온돌개량 ▲돗자리 방 권장 등의 장기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산림 법이 발효되고 단속이 본격화된 19일 현재까지 충분한 연료 림이 조성·지정된 곳은 거의 없다. 수숫대·콩깍지 등 농업부산물도 소등 가축의 먹이에 쓰기도 넉넉지 못한 것이 농촌의 실정.
하남도의경우 19일 현재 조성된 연료 림은 3만3천2백33km.필요한 연료림의 면적 15만5천3백48ha에 비해12만2천l백15ha이 모자란다. 이에 따른 연료부족은 26만9천2백20ha.
강원도의 경우에도 이제까지 조성된 연료 림의 별채 가능 량은 약83만t.이것은 가구 당 연료 량 6t에 비해2t씩이, 또 도 전체로는 25만t이나 부족한 것이다.
농업부산물을 연료로 쓰라는 당국의 지시도 농촌설정을 소홀히 본 시책이라는 것이 농민들의 중론.
수숫대·볏짚 등을 연료로 쓸 때 10가족의 농가 가구 당 하루에 밥 짓고 쇠죽 끓이는데 필요한 양은 80∼1백 단. 웬만한 규모의 농가에서는 1년 농사의 부산물로는 2달을 지탱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더구나 이 같은 부산물을 땔감으로 써버린다면 가축의 사료대책이 막연하게 된다.
내무부가 내놓은 연탄보급 등 장기대책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다.
현재 농어촌의 아궁이는 70%이상이 모두 산림연료용으로 돼있다.
경기도의경우 임산 연료수요농가는 19만2천9백41가구, 아궁이 수는 42만4천1백61개로 전체의 70%가 산에서 나는 연료를 써왔다.
이밖에도 산림연료를 사용하는 농가의 비율은 전북73%(농가부산물포함) ▲전남68% ▲제주68% ▲경북60% ▲경남56% ▲강원82%등으로 나타나있다.
이들 농가들이 아궁이를 모두 연탄용으로 고치기 위해서는 아궁이 개당 최소한 3천 원의 경비가 들어야한다. 또 온돌의 두꺼운 흙을 얇은 「시멘트」등으로 고쳐야되기 때문에 실제비용은 훨씬 늘어나야 할 판. 이제까지 연료비를 들이지 않았던 농촌가계에 온돌개량 경비는 물론 연탄 값 등 연료비의 부담이 큰 문제점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아궁이3개를 기준으로 하루4개 반을 땐다고 할 때 연간 연탄 값은 한 개24원으로 쳐서 3만6천4백80원.
강원도화천군의 예를 보면 사내면사창1∼3리 5백50가구가운데 여인숙·음식점·이발소등 현금이 그날그날 융통되는 상업30여 가구에만 연탄을 매고 나머지 대부분의 가구에서는 연탄직매장이 있어도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 이제까지 낙엽을 긁어다 연로로 써왔다.
춘천∼화천 간국도 변에 자리잡은 화천군하남면원천리(이장 이성구·55)의 경우도 1백89가구가운데 공무원가정 등 20여 가구만이 연탄을 쓰고 나머지는 연탄 값 때문에 연료를 대체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것.
내무부의 연탄보급 시책은 19일 현재 관련 타부 처의 협조도 얻지 못하고있다.
상공부 당국도 올해 채탄량을 더 늘릴 계획이 서있지 않은데다 교통부에서는 벽지·도서 지방에 연탄을 실어 나를 수송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전국 무연탄의 72%를 수송하고 있는 영주철도국에서는 지난 2월까지 하루6백50양의 화차로 1천6백80t을 전국에 수송해왔으나 지난 2월 이후로는 무연탄 성수기가 지났다고 하루 화차 배정 량을 6백m량으로 줄였다. 이 화차배점 량으로 서울지구에 3백30량, 대구·우야월에 50량, 부산에 80량, 춘천에 2량, 나머지 중소도시에 1백50량 분을 실어 나를 뿐이다.
이처럼 10년 계획의 실시와 때를 갈이해서 교통부는 드리어 연탄 수송을 위한 화차배점 량을 줄임으로써 농어촌의 연료 난을 더욱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영향은 벽촌과 도서지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지난달 말부터 서해안 도서지방에서는 연탄 값19공탄 1개를 35원까지 올려 받고 있는 곳도 있었다.
또 연탄수송이 제대로 된다해도 농번기에 20∼3Q명씩의 밥을 한꺼번에 지어야 할 때라든가, 쇠죽을 끓이는데는 연탄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농민들의 말이다.
산간의 경지를 개간, 생계를 이어오던 화전민구호문제도 시급하다.
전북의 경우 도내3천6백32ha의 임야를 차지하고있는1천23가구의 화전민을 모두 이주·정착시켜야 하지만 예산과 대토가 없어 아직껏 구체적인 이수계획을 세우지 못하고있다.
이제까지 외화획득에 큰 몫을 맡아오던 고공품 수출업계에서도 칡덩굴·떡갈잎·싸리 등 원료채취가 어려워지면서 크게 타격을 받아 올해수출목표액 8백70만「달러」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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