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 '디셈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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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뮤지컬 스타 김준수의 노래로도 역부족이었다. 뮤지컬 ‘디셈버’는 허점투성이였다. [사진 영화사 NEW]

공연이 끝난 시각은 오후 11시 10분. 러닝 타임 3시간 10분이었다. 궁금했다. JYJ의 김준수 팬이라도 이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는지.

 김광석의 노래를 엮은 뮤지컬 ‘디셈버’를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두 작품이 문득 떠올랐다. 우선 올 상반기 김광석 노래로 만든 또 다른 창작 뮤지컬 ‘그날들’. ‘디셈버’에 비해 얼마나 완성도 높았는지 새삼 돌아보게 했다.

 다른 하나는 2007년 공연된 ‘하루’. 오만석·엄기준·김소연 등 당시 뮤지컬 스타가 대거 출연해 대형 창작 뮤지컬로는 드물게 개막 전에 손익분기점을 넘겨 화제가 됐다. 정작 공연 올라간 뒤에 비난이 쏟아지고 예매 취소 사태마저 벌어졌다. ‘디셈버’가 그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줄거리는 이렇다. 꿈 많은 청년이 운동권 여학생과 사랑에 빠졌으나 여성은 사고로 숨졌고(1막), 20여 년이 흐른 2013년까지 그 사랑의 여운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2막)는 얘기다. 멜로 감정선이 살아 있는 2막은 그나마 볼만했다. 반면 1992년을 배경으로 한 1막은 민망한 수준이었다. 비슷한 시기를 다룬 TV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소비되는 게 현재 대한민국이다. 이토록 진부한 플롯, 엉성한 디테일, 식상한 캐릭터가 출현했다는 거 자체가 의아했다.

 노래가 나오는 타이밍은 실소를 자아냈다. 화장실에서 급하게 볼 일을 보다 일어서는 순간 ‘일어나’가 틀어졌고, 육군 신병이 ‘이등병의 편지’를 불렀으며, 노년의 하숙집 주인 내외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읊조렸다. 29세 복학생도 예상대로(?) ‘서른 즈음에’를 불렀다. 과연 누가 이런 단선적 발상을 했을까. 과거 히트했던 개그콘서트 ‘뮤지컬’ 코너를 연상시켰다.

 김준수도 아쉬웠다. 호소력 짙은 음색을 무기로 한 가창력은 발군이었지만, 엇비슷한 감정 표현과 어설픈 딕션 등 연기력은 불안했다. 그도 이젠 엄연히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한, 4년차 배우다. ‘모차르트!’ ‘천국의 눈물’ ‘엘리자벳’ 등으로 공들여 쌓아온 뮤지컬 배우 이미지가 탈색되는 건 아닌지 우려됐다.

 ‘디셈버’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배급한 영화투자사 뉴(NEW)의 뮤지컬 첫 진출이자 스타 감독 장진의 뮤지컬 데뷔작이다. 올 연말 최고 기대작이었다. 침체된 국내 창작 뮤지컬계에 활력을 주리라 바랐던 건 그저 허망한 일로 남을 것 같다. 세상에 공짜란 없었고, 벼락 같은 선물 역시 없었다. 신고식 치곤 가혹했다.

최민우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 패러디라고 하기엔 유머가 없고, 창작이라 하기엔 새로움이 없다.

★★(양성희 중앙일보 기자) : 김광석 팬으로선 참을 수 없고, 김준수 팬으로도 안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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