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체내정화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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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위벽을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파이프」에 시커먼 담배진이 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벽에도 불순물이 엉겨붙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체내를 정화시킨다든지, 정장시킨다는 것은 퍽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위벽에 마치 담뱃진 같은 불순물이 낀다는 생각은 단식으로 고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비롯된 것. 그들은 물 이외에는 아무 음식도 먹지 않고 사흘이 지나면 아주 시커먼 변이 나오는 것을 목격했는데 신기스럽게도 이 변이 나오기만 하면 소화불량이라든지, 위궤양 증세가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것을 체험했다.
단식후 3일째 나오는 이 변을 숙변이라고 하는데 이는 위벽에 낀 불순물이 깨끗이 제거되었음을 의미한다.
단식이란 『먹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식욕이 왕성하기는 하지만 억지로 『먹지 않는 것』이므로 대단한 인내심이 없이는 극히 실천하기 힘든 방법이다.
단식을 하지 않고 숙변을 보는 방법은 없을까. 독창적인 건강법을 창안,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네트」씨는 체내소화방법으로 매일 아침 조반을 들기 전 5∼6「컵」의 미지근한 물 (반드시 일단 끓인 물을 적당히 식힌 것) 을 마시도록 권장한다. 그러나 이 방법도 여러 경험자들에 의해 실천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가지 식품으로 위벽에 낀 불순물올 간단히 제거해 보인 공로자는 일본의 건강연구가 「미쓰하시·가즈오」씨 (삼교일부). 그는 비지와 우엉, 그리고 곤약을 『체내정화식 삼걸』 이라 이름 붙였다.
사실 비지나 우엉이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탁월한 정장효능을 지니고 있다는 속설은 오랜 옛날부터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과음한 다음 날에는 으례 비지찌개를 먹는 사람들이 많다.
비지는 두부를 만들 때 두유를 짜고 남은 찌꺼기다. 콩을 오랫동안 물에 담갔다가 완전히 부드럽게 되면 잘게 으깨어서 물을 붓고 가열한다. 이것을 부대로 걸러내면 두유가 되는데 이때 부대에 남은 찌꺼기가 바로 비지다.
학자에 따라서는 비지에 섬유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소화가 잘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어떻든 숙취를 해소하는데 비지찌개를 따를 음식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미쓰하시」씨가 권장하는 비지찌개는 된장국물에 비지를 넣고 채썬 당근과 표고버섯, 그리고 부추를 곁들여 오랫동안 조린 것이다.
지방에 따라서 우엉을 뿌리를 찢어 먹으면 운이 튄다고 해서 설날 식탁에 가늘고 길게 채썰어서 가지런히 차려놓는 습관이 전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우엉이 『체내의 독소를 깨끗이 씻어낸다』는 속담과 일맥 상통한다.
실제로 우엉에는 소화액의 분비를 왕성하게 해주고 정장효능을 발휘하는 성분이 듬뿍 들어있다. 그것은 마늘의 주요성분으로 유명한 「이눌린」이다.
「이눌린」은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기 안에서 「비타민」B1과 결합하여 흡수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눌린」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자극성 방향은 나쁜 냄새를 제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우엉에는 「이눌린」이 7%나 차지하고 있다. 우엉을 조리할 때는 역시 당근을 잘게 채 썰어 살짝 데친 후 물을 뿌려 식물성 기름에 잘 볶는다.
주로 일본인들이 즐기는 곤약도 예부터 체내의 독을 씻어내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곤약의 조리에는 반드시 바닷말 (톳) 을 섞어 넣어야 정장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미쓰하시」식은 곤약을 잘게 썰어서 살짝 데친 후 물에 담가둔 바닷말과 함께 마늘과 고추를 곁들여서 식물성 기름으로 충분히 볶는 것이다.
비지찌개·우엉·곤약, 이들 셋 중 어느 하나라도 주 2, 3회 먹는다면 숙변이 괴지 않는 깨끗한 위장으로 건강을 누릴 수 있다고 「미쓰하시」씨는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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