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 그려 보이며 유유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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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단」주재 「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을 60시간이상 점거하면서 3명의 외교관을 살해한8명의 「팔레스타인·게릴라」들은 4일 유혈이 낭자한 대사관으로부터 나오면서 손가락으로 승리의 표시인 V자를 그려 보였다.
처형당한 3명의 외교간 시체들은 대사관지하실에서 발견되었다.
「카르룸」주재미대사관은 대사관직원이「노얼」대사가 살해되기 2시간 전에 통화했던 내용이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고 공개했다.
「노얼」대사는 대뜸『뭐 새로운「뉴스」없소?』라고 물어왔다.
대사관직원이 이미 『살해되었다는「뉴스」는 과장이었군요』라고 반문하자 「노얼」대사는 『그렇소』라고 대답했다.
『미국 고위관리가 오늘 밤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오』, 『그건 이미 늦었소』라는 게 통화가 끊기기 전 대사가 전한 마지막 음성이었다는 것.
대사관지하실에 들어갔었던 「수단」 군의 한강교는 지하실이 유혈로 낭자했으며 탄피와 팔목시계 1개가 흩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3명의 외교관시체는 「카르룸」시의 시체안치소로 운 구되어 검시를 받았다.
검시에 입회했던「캐를로엘」 미국영사는 시체들이 무수한 총탄을 맞아 신원을 확인하기조차 힘들었다고 전했다고 그는 「노얼」대사에게서 목을 졸렸던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닉슨」대통령의 특명에 따라 이곳에 급파된「매코머」미 국방차관보는「노얼」대사와 「무어」대리대사의 유자녀3명과 2개의 관을 싣고 왔다.
「수단」군은 체포된「게릴라」들이 수류탄과 4정의 기관총 3정의 권총 및 1백여 발의 탄환들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8명의「게릴라」들의 지도자가 「수단」의 「옴두르만」방송국「팔레스타인」이「아나운서」인「리지크·카스」라고 전했다.

<살해 25분전에 작별 편지 쓰게>
「수단」주재「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에서 인질극을 벌었던「검은9월 단」소속「게릴라」들은 「클레오·노얼」미국대사와「조지·부어」미국대리대사 및「기·에이드」「벨기에」대리대사 등 3명의 외교관들로 하여금 가족들에게 마지막 작별편지를 쓰도록 한 뒤 그들을 살해했다.
피살된 외교관들과 함께 인질로 묶여 있다가 살아남은「압둘라·말후크」「사우디아라비아」대사는 이들 3명의 외교관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침착하고 용감했으며 계속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말후크」대사는 피살된 외교관들이 처형되기 전 25분간「게릴라」들의 지시에 따라 가족들에게 마지막 작별 편지를 썼다고 밝히면서「게릴라」들이 많은 인질 중 이들 3명만을 사살한 것은 『이를 3명이「팔레스타인」해방운동에 적이 되고 있다고 믿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말후크」대사는 4일 「게릴라」들이 「수단」정부에 항복한지 4시간 뒤 눈물을 흘려가며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던 지난 60여 시간동안의 상황을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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