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첨단 창업 막는 과학기술 규제 더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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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의 산업구조는 갈수록 첨단화하고 있다. 혁신적인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도 증가 추세다. 이와 함께 산업은 빠른 속도로 융·복합화하고 있다. 어느 한 과학기술에만 매달린 업종은 경쟁력을 잃는 대신 복합 과학기술을 활용한 산업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산업구조가 급변하고 있음에도 과학기술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기존 산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규제는 융·복합 과학기술에 뿌리를 둔 첨단 창업을 가로막고 있기 십상이다.

 17일 미래부·산업부·식약처 등 6개 부처가 공동으로 집계한 과학기술 규제 사례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걸림돌이 횡행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특정 암의 발생 확률을 계산해 주는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평생 축적해온 임상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사이버 의료서비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은 질병 진단·치료에 쓰이는 앱을 의료기기로 분류, 기기 제조업체만 만들 수 있게 하고 있다. 결국 교수는 첨단 서비스를 개발해 놓고도 보급할 길을 찾지 못했다. 이 밖에도 외국산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국산 방위산업 소프트웨어 제도, 과도한 개인정보 규제로 인해 위축된 빅데이터산업 사례, 수소충전소 확충을 가로막는 저장용기 규정 등이 도마에 올랐다.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 산업에 맞게 형성된 규제가 새로운 산업환경에 맞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바이오·나노·로봇 같은 첨단 분야에서 불필요한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창업 의욕을 현저히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19위이지만 규제개선의 효율성은 아직 96위에 불과하다. 미래부 등 6개 부처는 이번에 발굴된 사례 중 18건을 우선 대상으로 선정, 이른 시일 내에 관련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의 적(敵)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지목한 바 있다. 이참에 과학기술 규제 개혁의 속도를 더 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