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황의 법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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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틴틴 여러분, 이동통신회사 KT의 새로운 회장 후보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결정됐다는 뉴스 보셨나요? <중앙일보 12월 17일자 2면·b1면>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다시 쓴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황의 법칙(Hwang’s Law)’이라는 새로운 반도체 성장이론을 발표한 주인공이거든요.

 황의 법칙은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이에요. 황 내정자가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이 이론을 주창했고, 그의 성을 따 황의 법칙이란 이름이 붙었어요. 실제로 삼성전자는 1999년 256메가비트(Mb) 낸드플래시메모리를 개발한 이후 이 규칙대로 매년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난 반도체를 개발해냈습니다.

 황의 법칙이 나오기 전까지는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발표한 ‘무어의 법칙’이 40년 동안 깨지지 않고 유지돼 왔어요. 무어가 1965년 발표한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집적회로에 경제적으로 쌓을 수 있는 트랜지스터 수가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이론인데요. 쉽게 말해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하고, 이런 반도체 기술의 발전은 PC가 주도한다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황의 법칙이 이 반도체 성능 발전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하면서 반도체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황 회장 후보는 PC가 아닌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제품이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11년이 지난 지금 어떤가요? 반도체 시장은 플래시메모리를 중심으로 성장했습니다. 플래시메모리는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저장돼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용 메모리카드에 들어가는 반도체예요. 폭발적으로 성장한 플래시메모리 덕분에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최강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반도체 기술은 지금도 끊임없이 혁신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삼성전자는 3차원 낸드 플래시 메모리 집적 기술을 개발했어요. 반도체 실리콘 판 위에 쌓는 셀을 2차원 평면으로 붙여 만들었는데, 이를 수직으로 쌓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나온 것이지요. 플래시메모리 용량을 현재의 128기가비트(Gb)에서 1테라비트(Tb) 수준까지 단숨에 8배가량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황의 법칙을 이어갈 새로운 법칙이 언제쯤 나올지 기대됩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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