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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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의 세대를 기술세대라고 하며 우리의 사회를 「기술사회」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문명 속에서 일상생활이 이루어지고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이 빠른 속도와 좁아지는 공간에 따라 응분의 적응을 하여야만 한다.
우리 나라도 이미 공업입국을 지향하느니 만큼 과학기술을 토대로 하는 산업발전과 경제개발이 국제화되어 있으며 우리사회는 더욱더 고도의 「기술사회」로 변모해 갈 것 같다.
기술사회의 특징은 「응용 과학과 기술」의 광범위한 생활화에 있다. 응용과학과 기술이라면 종래의 순수 과학과는 다르다. 물리·수학·화학·생물 등으로 나눌 수 있었던 논리적인 학문체계가 아니라 오늘날의 응용과학과 기술은 범 학문적인 소재별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정보(Information), 재료(Materials) 「에너지」(Energe)의 세 소재별의 광범위한 분야로서 우리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것이다.
전화요금도 전자계산기로 처리되고 입학시험도 전자계산기로 채점, 정리되고 있다. 각종 통계 및 그에 따른 예측은 이제 모두 빠른 속도의 전자계산기를 사용치 않고서는 도저히 올바르게 처리할 수가 없다. 머지않아 우리 나라에서도 정보산업이 예의 제조산업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리라고 생각된다.
몇 년 전만 해도 들어보지 못했던 각종재료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입는 옷이며, 쓰는 가구이며, 먹는 음식물조차도 과거에 쓰던 재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재료로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들어보지도 못한 새로운 재료를 생산하는 공장들이 설립되고 짧은 시일 안에 그 재료들이 우리생활에 파고든다. 나날이 새로운 재료가 발명·발견되고 그 새로운 재료는 기술사회를 변화시킨다.
50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는 인력이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다. 그것이 석탄·석유 「에너지」로 변모하여 오늘날 우리는 「에너지」의 공급원으로 석유·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수력을 이용하거나, 석유·석탄을 사용하여 생성되는 전력이 더욱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에너지」로 등장하고 있다. 벌써 우리 나라도 동력용 원자로가 건설 중이고 머지않아 새로운 대규모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니까 가까운 장래에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형태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술사회에서는 정보·재료·「에너지」의 급격한 개발과 그에 따른 사회생활의 변화가 개개인을 지배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기술사회에 살고있는 우리들이나 더욱 고도화된 기술사회에서 살게될 우리 자녀들을 위해서는 새로운 형의 교육이 필요하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지식이나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며 과거에 생각도 못했던 특성을 소유한 새로운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며 막대하게 소요량이 증가되는 「에너지」의 개발과 관리를 어떻게 이루는가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어야 하겠다.
기술사회의 교육은 재래식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지식이나 경험의 배부에서 「합리적인 문제 해결 능력」의 배양에 중점을 두어야 하겠다. 합리적인 사고력만이 우리들을 기술사회의 낙오자가 되지 않도록 지켜 줄 것이다.
정근모<한국 과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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