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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 정국... 새 판도 형성 암중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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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이공=신상갑 특파원】
「키신저」의 「하노이」·북경 방문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활발한 다변 외교와 「파리」 국제회의를 앞둔 여러 대국간의 분주한 움직임 못지 않게 현재 「사이공」 정국은 극도의 긴장 속에 정치적 세력 지도를 재편성하고있다.,
「티우」 대통령은 안으로는 친정부적 반공세력을 규합하는데 부심 하는 한편 밖으로는 월맹 측에 수뇌회담을 제의하는 등 새로운 국제질서에 적응하려는 「제스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티우」의 이러한 자기모색 못지 않게 「베트콩」측도 직면하고 있는 정치 분쟁에 대비, 착실한 선전공세를 취하고 있다. 또 이들 당사자들의 세력 확장 못지 않게 이른바 「제3세력」으로 지칭되는 중립 파들이 「구엔·카오·키」 전 부통령을 중심으로 「제3의길」을 찾아 결집하고 있는 구체적인 기미가 드러나고 있어 바야흐로 월남 정국은 더욱 더 미묘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티우」대통령은 지난 17일 그의 관저에 야당 및 독립제파를 망라한 상하 양원 의원·정당지도자·종교 및 직능단체 대표·지방의회 간부 3백여 명을 초대, 평화 옹호와 민족자결 실현을 위한 「민족전선」을 결성한다고 발표했다
「사이공」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민족전선은 전투행위의 중지와 정치투쟁의 본격화에 대비하여 「베트콩」과 대결하기 위한 민족주의자(반공세력)의 대 연합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반공」하나에만 공통이익을 갖고 정부 지배지역의 전 촌락에 대중 조직망을 펼쳐 공산 측에 대해 선수를 쳐보자는 것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 이 전선은 23일 월남 전역에 걸쳐 정치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이날 「티우」 주재하의 회의에 「구엔· 반· 후엔」상원의장(자유당 당수) 및 일부 야당 지도자들은 오는 3월말까지 민주당(여당) 이외의 군소 정당을 사실상 해산시키기 위해 취해진 정당법 개정령(작년 12월 17일 공포)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티우」의 「페이스」에 일방적으로 말려들어 갈 것을 경계하는 태도를 취했다. 「티우」는 작년 연말부터 각성에 지부를 설치하고 각종 단체들을 포섭한 민주당을 결성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티우」의 조치에 대해 반「티우」파 및 야당 지도자들은 「티우」의 저의에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티우」 1인 독재체제 구축을 위한 움직임에 근본적으로 회의를 느껴 왔다.
따라서 막상 휴전이 성립되고 반 「티우」파들의 활동에 조그만 숨구멍이 트이자 야당 지도자들은 비교적 그들로부터 원만한 존경을 받고있는 「트란·반·민」장군과 「티우」라면 내심 이를 갈고있는 「구엔·카오·키」를 중심으로 뭉칠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특히 급진파 교도들의 세력단체인 「안쾅」사원파는 「키」와의 비밀회담에서 상호협력 할 것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안광」사원파들은 작년 10월부터 『현정부 및 「베트콩」과 등거리 관계』를 유지할 것을 표명, 제3세력으로서 민족 화해 단합 기구에 참여할 뜻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혀왔다
그렇기 때문에 「티우」측은 이번 민족전선 결성에 「민」·「키」파를 포섭하여 「안쾅」파와의 화해를 꾀했었다. 그러나 아직 「안쾅」파는 좀체로 「티우」와 협력할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만약 앞으로 「안쾅」파가 「민」·「키」파와 제휴하고 또 「민」·「키」파가 「티우」노선으로부터 독자성을 회복하게 된다면 「사이공」의 정국은 지각부터 흔들릴 공산이 있다.
「베트콩」 역시 「사이공」 정권 안의 세력 기상도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도 있는 「안쾅」파에 대한 「회유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이 복잡한 역관계가 어느 방향으로 매듭 지어질 것인가는 좀더 시간을 두고 관찰해 볼 문제이지만 어쨌든 「사이공」자체 안에 계속 정치적 기복이 교차된다면 예상보다 쉽게 「베트콩」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의견이기도하다.
여기서 새삼 기억에 떠오르는 것은 만약 「베트콩」이 참여하는 3파 연정이 「사이공」 에 탄생한다면 3년 남짓 되어 결국 공산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분석이다. 지난 71년 「뉴요크·타임스」지에 폭로된 국방성 기밀문서가 지적한 휴전성립 이전의 이 같은 분석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 것인지는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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