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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 이후의 미국의 역할|김영희 본사「워싱턴」특파원=「제임즈·레스턴」회견|대「아시아」정책과 소·일·중공·「유럽」과의 역관계|"다극화로 미의 영향력 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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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사「워싱턴」주재 김영희 특파원은 월남전 후의 미국의 대「아시아」정책, 미·소·일 ·중공·「유럽」의 역관계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주은래와 단독회견을 가진바 있는「제임즈 레스턴」「뉴요크·타임스」부사장을 만나 다음과 같이 일문일답을 가졌다.
김=월남 휴전은「인도차이나」반도에서의 영속적인 평화를 기약할 가능성이 있는가? 오는26일「파리」에서 열릴 예정인 월남 평화보장을 위한 l2개국 국제회의가 휴전의「비 미국화」와 강대국들의 보장을 끌어내는데 성공하리라 보는가?
레스턴=월남에서의 진정한 평화를 예견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한국 휴전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북위38도 선이라는 분계선이 명확히 설정되었지만 현재「배트콩」은 월남의「메콩·델터」지역에 많은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 월남처럼 유동적인 상황에서 강대국들의 보장이 지켜질 것인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닉슨·독트린」오래갈듯>
김=미국이 월남전 개입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다시 말하면 미국은 월남에서 무엇을 방어했는가?
레스턴=미 정부는 한국전에 개입하여 북한의 무력 침공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데 협조한 것과 똑같이 월남전에도 개입,「사이공」정부를 「베트콩」과「하느이」의 정치적 장악기도로부터 구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관리들의 그와 같은 견해에서 보면 미국이 성취한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진정으로 개입할 가치가 있었느냐에 미치면 문제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김=만약 이 지역에서 재래식 전면 전쟁이 재발할 경우는?
레스턴=나는「닉슨·독트린」이「닉슨」이 물러가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지속할「독트린」이라고 믿고 싶다. 왜냐하면 지난 25년간 미국은 너무나 많은 곳에서 너무나 많은 개입을 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은 국내문제가 위축되는 것을 맛보았다.
예컨대 지나친 해외원조와 월남전비 지출로 야기된 미국의 「달러」위기를 들 수 있겠다.

<미, 방위대역 임무 끝나>
「달러」위기는 미국의 심각한 취지 불균형을 대변하는 것으로서 내 생각으로는 미래의 미국대통령들도『우리는 더 이상 세계 경찰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닉슨·독트린」을 지지 할 것 같다.「닉슨·독트린」은 또『「아시아」국가들은 그들의 집단안보체제를 구성할 것을 고려해야·하며 미국의 방위대역에 의존하지 말 것』을 명시하고있다.
김=「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이해를 굳이 규정한다면 어떤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레스턴=무엇보다도 우선 미국은 범 태평양 국가이다. 미국은 태평양 연안을 따라 국경선을 가진 나라고 또한 대서양 국가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태평양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태는 미국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의 2대 초 핵 강국의 하나고 소련의 핵 군사력을 견제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세계의 초대강국으로서 태평양이나 대서양에서 일어나는 사태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아시아」대륙에 속하지 않으니 중공이나 소련이「아시아」에서 어떻게 행동하든 미국은 상관 할 바 아니다』라고 한다면 멀지않아 한국은 공산국가가 되고 말 것이다.
김=미국의 군사적인 패배라는 월남휴전과 뒤따라 일어난「딜러」위기는 미 국력의 한계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논의가 있는데 당신은 이같이 미국이 오늘날 세계에서. 초대강국의 힘과「리더쉽」을 상실하였다는 견해에 동의하고 있는가?

<대만·중공간 개선촉진>
레스턴=물론 그러한 견해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종전 후 세계에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2대강국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이후 일본과 서독이 비록 군사적인 강국은 아니지만 경제대국으로 등장한 것이다. 현재「유럽」은 「유럽」경제공동체의 통합을 향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아시아」에서는 중공이 종전의 고립에서 벗어나 세계무대에 등장, 핵 국의 일원으로 초 강대국가가 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세계지배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다원화된 세력관계의 의미에서 볼 때는 미국의 힘은 확실히 약화된 것이다.
김=월남전도 이제는 끝났다. 월남 휴전이 미·중공 관계의 개선에 새로운 디딤돌 역할을 할 가능성은 없는가?
레스턴=하긴「헨리·잭슨」상원 의원(보수파로 유명함)같은 사람도 대 중공 관계가 크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판국이니까·하지만 난 그와 같은 변화가 당장 나타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우선 대만 안의 미군을 철수시키고 그 다음엔 상해 공동선언에서 공개적으로 말했듯이 두개의 중국이 기정사실들을 서로 토론하도록 한다는 식이 될 것 같다.
내 생각에 중국인들은 화해를 위한 어떤 변화를 신중히 기다릴 것처럼 보인다. 장개석이 죽고 난 다음의 사태는 아무도 예측 할 수 없지 않은가.
따라서 월남 휴전과 같은 고무적 추세는 미국의 중공승인을 재촉한다기보다 대만과 중공사이의 관계 개선을 촉진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사람들은 미·중공의 화해가 중·소 분쟁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하는데….

<아주 엔 미군 계속 주둔>
레스턴=우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소가 수천km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또 만주와 같은 공업지대가 국경에 인접해 있는 이상 두 국가가 항상 어떤 불안감을 갖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식의 접근방법이다.
그러나 난 이러한 일반적인 설명 방법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말하자면 나는 모택동이 죽고 나면 중·소 관계도 달라지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경이건,「모스크바」이건 간에 두 나라가 싸움질하는 것보다 뭉치는 쪽이 훨씬·유리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게 아닌가.
그렇지만 역시 논리적으로 무리가 없기는 현재 상태대로 계속 될 것이라는 설명이 아닐까 싶다.
김=일부에서는 중공이「아시아」에서의 미군 철수를 은근히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힘의 진공상태가 유발되면 소련이 들어앉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인데.
레스턴=우리「뉴요크·타임스」가 바로 그와 같은 보도를 했었지. 하지만 중공이 주 월 미군의 계속 잔류를 바라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수를 강력히 요구했고 대만 안의 미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주은래 같은 사람은 전「아시아」와 태평양지역에서 미군이 완전철수 하라고 요구하는 형편이다. 물론 미국이 여기에 응할 리는 없지만….
미국이 월남 휴전이 성립된 다음에도 한국과 태국의 미군들을 그대로 주둔시키고 있으며 중공이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해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중공의 미군 계속 주둔 요청이라고 해석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아시아」에서 안정을 이루려면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흔히 얘기하는데….
레스턴=일본은 시간이·흐를수록 자신의 방위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맡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해군력을 늘릴 것이 틀림없다.
자신의 경제적 장래가 세계각지에서 수송해오는 원자재에 달려있는 만큼 이것은 불가피하다.
일본은 현재「페르샤」만과 일본 해 사이에 50「마일」마다 1척씩 유조선을 띄워놓고 있는 형편이다. 이것이 위협되면 단 하루도 생존 할 수 없는 것이다.

<남북한 대화 고무 될 듯
김=당신의 주은래와의「인터뷰」에 관해서 묻고싶다.「인터뷰」에서 주는 한국에서 전쟁상태가 끝나지 앉았음을 지적하고 한국에서의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또 주는 남북한 사이의 접근을 위한 방법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에게서 받은 인상으로 생각할 때 남북한 회담이 중공의 태도를 반영, 이번「키신저」·주 회담서 한국 문제가 거론 될 것인가?
레스턴=한국문제가 거론될 것은 거의 틀림없다. 미·중공 회담에서 남북한은 남북한 접촉의 범위가 확대되고 화해가 가능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무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한국·월남, 그리고 인·「파」전에서의 교훈, 또 대외공약을 축소하라는 다양한 국내압력에 비추어 앞으로 세계에서의 미국의 역할은 어떠할 것이며 또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레스턴=좀더 넓은 시야, 40∼50년을 내다보는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 전에도 이른바「유럽」강대국의「리더쉽」에 주로 의존하는 세계의 안전보장제도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깨지기 쉬운 것이었다. 실제로 1차 세계대전으로부터 1939년「폴란드」침공과 함께 시작된 2차대전의 발발까지는 불과20년밖에 안 걸렸다. 그후 세계문제의 결정권은 「유럽」에서 미국과 소련으로 옮겨졌다.

<평화의 완전보장 없어>
미·소 양국은 아직도 군사강국이다. 상호간에 많은 어려운 문제가 놓여 있고 각자의 인생관에서부터 국가적 이해관계에까지 다양한 이론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이 두 나라는 어떤 나라보다도 세계 평화의 유지에 기여해 왔다.
그리고 이미 그「리더쉽」밑에서 우리는 27년 동안이나 세계대전을 피할 수 있었다.
이 두 강대국들은 한쪽이 과도하게 팽창해서 다른 쪽과 전쟁을 야기할 정도의 실제적 분쟁에 개입하게 될 때는 타방은 항상 견제 작용을 한다는 점을 점차 과시한다.
이것은 희망적인 신호다. 평화유지의 완전한 보장체제는 없다. 그러나 시작은 됐다. 그리고 타방과의 전투에 의해서보다 협력에 의해서 평화는 보장될 것이라는 결론에 마침내는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내 생애 중에는 다른 대전은 없을 것이며 아마 금세기 말까지는 전쟁은 없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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