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존엄 위한 강제 조치 구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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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법정에서의 방청·촬영 등에 관한 구칙 제정까지
대법원은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방청권을 발행하고 방청인의 의복·소지품 검사 및 법정안에서의 촬영·녹화 등을 제한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법정에서의 방청·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마련, 각 법원에 시달했다.
대법원 판사회의의 의결을 걸쳐 공포된 이 규칙은 전문 5조로 되었는데 이는 법원 조직법54조(법정의 질서유지)에 근거를 두고있다.
법원조직법 54조는 ⓛ 법정의 질서유지는 재판장이 이를 행하고 ② 누구든지 법정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없이 녹화·촬영·중계 방송 등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정에서의 방청·촬영등에 관한 규칙」이 마련되기 전에도 재판장의 재량으로 촬영 등 행위를 금할수 없었으며 법정 질서유지에 필요한 특정행위의 금지, 또는 당해자를 퇴정시켜왔다.
따라서 대법원 규칙이 새로 제정된 의의는 법정질서 유지를 위해 특정행위의 금지, 특정인의 입점금지, 퇴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한계를 명백히 하고 명문화 했다는 점과 법정안에서의 촬영행위를 제한하는데 법적 근거를 두었다는 점에저,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금년을 「법정의 존엄성을 높이는 해」로 정하고 이에따른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하게 된 것은 법원 자체의 기강을 확립하여 사법부 주변을 정화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화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2일 유신체제 이후 처음 열린 각급 법원사무국장 회의에서 법정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법정관리 예산은 일체 다른 명목으로 전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법정이 「법의 심판장」으로서 법원의 생명이라고 비유될 만큼 중요한 시설인데도 법정 분위기와 시설면에서 지금까지 깊은 관심을 갖지 않았거나 소홀히 해왔다는 점을 전적으로 부인할수 없다는 것이 조야 법조인들의 말이다.
법정 분위기가 엄숙하지 못하고 어수선할 경우 심리하는 법관이나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주어 공정한 재판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법정 분위기가 외국에 비해 엄숙하다고 내세울 수는 없는 것으로 법조인들은 보고있다.
법정 분위기가 어수선하게되는 가장 큰 요인은 피고인수와 방청객수에 비해 법정이 작기때문이다.
법정이 작기 때문에 심한때에는 법정안에 발을 들여놓을 틈도 없어 출입문이 열린채 복도에서까지 오가는 사람들이 기웃거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 무죄판결에 박수를 치거나 중형선고에 대해 우는 등 방청객들의 법정에 대한 인식부족과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는것도 법정분위기를 흐리게하는 원인이 되며 보도기관의 촬영·녹화 행위에 따른 소란도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는 것이 법원 당국자의 말이다.
사회이목을 끌었던 큰 사건의 공판이 열릴때면 보도기관의 취재, 특히 촬영녹화 등 행위로 법정 분위기가 어느정도 소란했던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인정 심문전이나 재판장의 촬영금지지시에 따라 제한된 시간과 범위안에서만 허용되어 왔던 것이다.
과거 동백림 사건, 위장간첩 이수근 사건, 정인숙 여인 살해사건 등 피고인의 가족뿐 아니라 사회의 관심이 큰 사건에 있어서는 재판부에서 보도 기관과 피고인의 직계 가족 등에게만 방청권을 발급하고 경비 경찰관을 배치토록 하여 법정 질서를 지켜왔다.
이같은 예는 법정질서 유지에 관한 우리나라 관계법률이 외국에 비해 보도기관에 대해 큰 제한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보다는 재판부의 이해성있는 협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될 수있다.
법정안에서의 촬영·녹화등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는 대부분 이를 엄격히 규제, 미국의 경우는 연방 형사소송 규칙으로 사진촬영을 금하고 법조협회의 사법 윤리강령에서도 이를 재확인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사진이나 초상화·「스케치」의 게재를 금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는 재판소 구내에서 「카메라」의 휴대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입법례에서 촬영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는 이유는 피고인의 인권침해와 피고인에게 긴장감 등 심리적 영향을 주어 공정한 재판을 해할 염려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집약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는 것.
미국의 「제톰·프랭크」연방 판사는 사법부의 보수주의와 비민주적인 사법부 운용의 결과라고 지적, 사법부의 권위주의와 보수주의에서 탈피하려면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71년 사법파동이 마무리 지어질때 대법원 은사법권 독립을 구체적인 제도로 보장하기 위해 법관의 법정 경찰권을 강화하여 검사의 소추없이 유치, 또는 과태료에 처할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정등의 질서유지에 관한 법률」을 성안했었으나 실현을 보지 못한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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