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음모에 영이 가담"설|절정에 이른 통화전쟁 그 내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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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독「마르크」를 기습한 이번 통화위기는 각국 통화 당국자들이 이렇다 할 계기를 발견 못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음모 설까지 나도는 등 갖은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미국의 음모에 영국이 한몫 거들었다는 소문이 주요국 외환시장에 떠들고 있다.
미국 음모 설은『「슈미트」서독 장 상이 미국으로부터「마르크」의 변동환율제 이행을 요청 받았다』고 영국의「파이낸셜·타임스」지가 보도한 것에서부터 불씨가 튀었다.
사실「마르크」의 절상이라는 점에선 미국과 영국이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즉 미국 측으로 말하면 흑자 국 책임론에 의해 현「스미드소니언」체제의 재수정을 노리고 있고 현재 약세통화인「달러」에 대칭 되는 강세통화가「엥」화와「마르크」화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마르크」화를 집중 공격하여 변동환율제로 이행시키면 일본「엥」화도 이에 안 따라갈 수 없다는 계산이다.
또 미국으로선 영국 등의 가입에 의해 살로 비대해 가는 EC를 영국과의 밀약에 의해 틈을 샐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또 영국으로서도 미국의 작전에 즐겨 가담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영국은 금년부터 EC에 가입했지만「파운드」화는 작년6월 통화파동으로 고정환율제에서 일탈치 않을 수 없게 된 이래 여전히 변동환율제인 채로 있다. 때문에 EC 통화동맹의 장애가 된다 하여 다른 가맹국으로부터 차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으며「퐁피두」「프랑스」 대통령은 EC가 발족할 때『「파운드」화의 고정환율복귀가 소망스럽다』는 이레의 발언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영국으로선 섣불리 고정환율로 복귀할 수 없는 사연이 있다. 「파운드」화의 평가가 아주 곤란하기 때문에 이다.
만약「파운드」화의 절상 폭이 너무 작으면 영국 산업이 EC내에서 경쟁을 할 수가 없고 너무 크면 수입 식료품 가격의 상승에 의한「인플레」가 걱정이다.
EC안에서 영국 산업의 최대의 강적은 역시 서독이다. 그러나 서독으로부터의 농산물 수입은 거의 보 잘 것이 없다. 때문에 영국으로선「마르크」화만이 변동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만 오는 4월1일부터 발족되는 EMF(유럽통화기금)에도 맞출 수가 있다.
따라서 미국이「마르크」화를 공략하면「마르크」화는 변동환율제로 이행치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파운드」화는 자동적으로「마르크」에 비해 대폭 평가 절하하는 결과가 되어 영국은 수입「인플레」의 걱정 없이도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득을 볼 수 있다. 영국으로선 미국의 작전에 가담만 하면 호박이 덩굴째 굴러 오게 되는 것이다.
작년 6윌「파운드」파동이 일어났을 때도 영국이 속으로 은근히 부채질했다는 추측도 있다.
외교에 특히 노련한 영국이라 스스로 욕을 먹지 않고 실속을 취하는 이중작전도 충분히 취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마르크」파동에도 불구하고「런던」시장의「유로·달러」시세가 크게 오르지 않은데다「런던」금융업자들이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영국 가담 설을 수긍 않는 측도 많다.
만약「마르크」공략이 잘못되어 불꽃이「파운드」에 미치면 그 위험이 극히 많기 때문에 영국으로선 그런 심한 모험을 못한다는 것이다. 좌우간 이번「마르크」파동에 미-영 합동음모 설이 나왔다는 것은 그 진부는 여하튼간에 이해가 교묘히 얽힌 현 국제통화정세의 한 단면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 경제신문="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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