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 뒤의 농림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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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거의 두 달 가까이 이상 난동이 계속됐던 탓인지 갑자기 기승을 부리고 있는 동장군의 맹위가 한층 세찬 것 같다.
전국이 영하로 내려가고 서울은 영하 9도를 기록했지만, 이것은 실상 평년 기온과 큰 차가 없는 추위라고 하니 성급히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주춤해지고, 자연의 이치 속에 담겨진 일종의「유머」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변덕스러운 날씨를 정서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의 처지는 아니다. 다가오는 초봄과 함께 뭣 보다 먼저 보리농사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보리농사는 날씨가 너무 따뜻하여 웃자라는 것을 꺼린다. 웃자란 보리는 별안간 한파가 몰려왔을 때 얼어죽기 쉬운 것인데, 여기에 대처할 신통한 대책이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번 추위로 보리농사의 타격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치는 않으나, 농림 당국은 전국이 피해대상 지역임을 중시하고 농민과 더불어 보리감수를 최대한 막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농민들도 이제 그 옛날처럼 하늘의 야속함을 탓하면서 실의에만 빠지지 말고, 날씨가 풀리는 즉시로「밟기」·「배토」등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기 위한 온갖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특히 새마을 운동으로 지금 협동화하고 있는 농민들의 힘이 적절한 농사지도와 행정지원에 고무된다면 더욱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산림보호에 대해서도 치밀한 관찰과 방비가 필요하다. 임업시험장에 따르면 이상 고온 때문에 나무에 붙은 유충이 일찍 자라고 있어 각종 병충해가 예년보다 한결 극성스러우리라는 노고이기도 하다.
모처럼 입법 조치까지 해서 산림개발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려고 하고 있는 이때이다. 병충해의 발생을 미리미리 막아내도록 세심한 예방대책과 구제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이같은 농사·산림관리와 관련해서 이 기회에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은 영농기술의 개선에 좀더 힘을 쏟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벼농사의 경우에도 냉 한의 손실로 작황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입었고, 또 이것이 올해 4억6천만「달러」나 되는 엄청난 외곡 도입의 큰 요인이 됐음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농작물의 냉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일찍 심고 일찍 거둬들일 영농방식이 바람직스럽지만, 특히 근래 굴곡이 심해진 겨울 기후에 견디어 낼 수 있는 보리·고등소채 둥의 재배방법을 속히 개발해서 보급해야 하겠다. 아울러 농업기상에 대해서도 세계적인 동향에 깊은 관심을 갖고 다른 나라에 뒤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올 외곡 도입에 그처럼 많은 돈을 들이게 된 것도 국내 생산의 저조에다 설상가상 격으로 세계적인 흉작 때문에 곡물의 해외 시세가 된 까닭인 것이다. 우리의 농업이라 하여 구태의연하게 고립된 채로 있을 수만은 없다.
요즈음의 기상이변을 거울삼아, 어려움을 극복할 농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농림당국의 적당한 지도태세가 한층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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