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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의 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비상 국무회의가 6일 의결한「방송법 개정안」은 국민 생활에 미치는 방송의 넓고 깊은 영향력 때문에 비단 방송계뿐 아니라 일반의 커다란 관심을 모으기에 족한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방송법은 첫째 방송「프로」의 사전·사후심의를 강화하고, 둘째 상업 방송국의 광고방송의 시간과 횟수를 대통령령으로 규제한다는 것 등을 그 골자로 하고 있다.
「매스·미디어」로서의 방송은 아직 그 역사가 일천하다. 「라디오」·TV 할 것 없이 오늘날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거의 떼어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기능을 다하고 있는 이 매체들은 실인 즉 모두다 20세기의 산물인 것이다.
때문에 이 젊은 전파 「미디어」는 어떤 의미에선 그것이 행하게 될 사회적 기능과 문화적 효용에 관한 사람들의 주체적「비전」이 성숙되기도 전에 먼저 중립적, 혹은 탈상치 적인 기술적 가능성의 외모만이 우리 앞에 우선「클로스·업」되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방송「미디어」가 걸어온 짧은 역사를 회고 해 본다면 그의 순기능과 합께 역기능이, 그의 이용과 합께 오용이 교착하고 있었다는 것은 주지된 사실이다. 전국민을 그릇된 길로 오도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선동의 도구로 구사됐던 것이 방송의 오용의 예라 한다면, 또 그 반면 소위「전국민 백치 화」·「대중문화의 저질화」·「여가시간의 파괴」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정적인 역할을 다했다고 자가 비판되고 있는 것도 방송의 오용의 다른 실례라 할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 있어서도 방송, 특히 일부 TV「프로」의 저속성에 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뜻 있는 사람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합은 방송을 둘러싼 여러「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사회 각계인사들에 의해서 지적된바 있었다.
도시 시민들의 여가 생활을 가장 많이 빼앗고 있는 방송의 침투성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또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에게도 사실상 거의 아무런 제한의 수단을 갖지 못할 만큼 개방되기도 마련인 방송의 영향력의 심층 성을 작량할 때, 방송이 갖는 공기성의 의의는 그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할 것이다.
그 점에 있어 이번에 개정된 방송법이 방송「프로」의 윤리적·교육적 내용의 규제를 강화한다는 데에는 원칙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가 되고 있는「프로」내용이 국기나 국시를 흔드는 정치적·「이데올로기」적인 측면이 아니라 주로 연예·오락 및 사회 풍속적인 측면에 관한 것임을 볼 때에 이에 대한 규제는 외부로부터의 강제적인 법에 의한 규제보다는 진정 방송계 내부로부터, 자발적·자율적인 규제가 적합하며 먼 눈으로 볼 때엔 그것이 더욱 효과적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문화활동이란 설혹 그것이 도의적·윤리적 요청을 위한 것인 경우에도 외부의 타율적 제재를 통해서는 정화되기보다는 차라리 위축된다는 것이 그 생리이다. 이점 당국은 각별히 유의하여 일부 저질「프로」의「교각」을 위해서 자유언론이라는 대본이「살우」됨이 없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한편 상업방송에 있어서 광고방송의 규제는 그것도 위에 말한 방송의 공기성의 제고를 위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광고내용의 질이나 방법에 있어 어떠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 따라서 광고방송의 단위시간이나 회수에 있어 어느 정도의 제한을 가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도를 지나쳐 광고방송시간의 총량이나 내용이 전체에 걸친 위축을 가져오지 않도록 깊은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광고방송이란 바로 상업방송의 존립의 지반이며 그렇기에 광고방송에 대한 일방적인 제한은 상업방송의 문을 닫게 하는 위협이 된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기회에 부언하고 싶은 것은 상업 방송처럼 광고방송에 의존함이 없이 방대한 시청료의 징수를 통해서 재정적으로도 안정되어 있는 국영방송이야말로「프로」의 질적 개선에 앞장을 섬으로써 좋은 모범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이점 앞으로 발족할 방송 공사의 장래를 국민들은 날카롭게 주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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